2025.06.19 10:00 AM
By 전재희
팬데믹 기간 중 무보험 불법체류 이민자들에게 의료 혜택을 확대했던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미네소타 등 민주당 주정부들이 최근 예산 적자와 예상보다 높은 등록자 수로 인해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는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주 메디케이드 프로그램(Medi-Cal)의 무보험 이민자 신규 등록을 2027년부터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미 등록한 사람들에게는 월 100달러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메디칼 프로그램이 올해만 예산을 62억 달러 초과 집행한 데 따른 대응이다.

일리노이의 J.B. 프리츠커 주지사는 최근 무보험 이민자(42~64세)를 위한 보험 혜택을 6월 말 종료하는 내용이 포함된 주 예산안에 서명했다. 애초 연간 1억 1,200만 달러로 예상되던 프로그램 예산은 실제로는 연간 8억 달러에 육박해 "지속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왔다.
미네소타의 팀 왈즈 주지사는 주 예산안 통과를 위해 무보험 이민자 성인을 위한 보험 프로그램 종료에 합의했다. 단, 아동 대상 혜택은 유지했다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D.C.에서는 뮤리얼 바우저 시장이 21세 이상 무보험 이민자 대상 혜택 단계적 축소를 제안한 상태다.
팬데믹 당시 연방정부 지원으로 인한 예산 흑자와 여유 자금이 사라지고, 등록자 수가 예상보다 급증하면서 주정부 재정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연방정부는 무보험 이민자에 대한 메디케이드 비용을 지원하지 않도록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전액을 주정부가 자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상·하원을 통과 중인 대규모 세출·세입법안인 'One Big Beautiful Bill Act'에는 무보험 이민자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주정부에 대한 연방 매칭 자금 축소안도 포함되어 있어 향후 재정난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일리노이주 프리츠커 주지사 대변인은 "프리츠커 주지사는 '의료는 기본권'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의 경제정책이 국가 경제를 침체시킨 상황에서 균형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고심 끝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미네소타에서는 최근 하원 통과를 위해 민주당 소속이자 전 하원의장이었던 고(故) 멜리사 호트먼 의원이 유일하게 공화당과 함께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녀는 "의료보험 제공이 장기적으로는 무보험 응급진료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에 재정적으로도 유리하다"고 강조했었다. 호트먼 의원은 안타깝게도 최근 자택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네소타는 2023년 무보험 이민자 대상 보험을 확대했을 당시 180억 달러의 흑자가 있었지만, 2025년 초에는 60억 달러 장기 적자로 돌아섰다. 당초 7,700명 정도가 등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만 명 이상이 가입해 주정부 예산에 큰 부담이 됐다.
공화당 보건재정위원회 공동의장 제프 배커는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취약하다"며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는 시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리노이는 2020년부터 65세 이상 무보험 이민자에게 보험을 제공하며 시작해, 2023년에는 42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등록자는 6만 9,800명으로 초기 예측의 2배, 2021~2023년 총 지출은 8억 9,760만 달러로 예상 대비 2.5배에 달했다.
캘리포니아는 내년도 무보험 이민자 건강보험 예산을 108억 달러로 책정했으며, 이는 당초 예산보다 약 50% 증가한 수치다. 현재 170만 명의 무보험 이민자가 메디칼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다.
여론 또한 변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PIC)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58%의 성인이 무보험 이민자에 대한 보험 제공에 반대했다. 이는 2015~2023년 사이 대다수 주민이 찬성 입장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캘리포니아 공화당 주상원의원 수제트 마르티네스 발라다레스는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극심한 상황에서, 주정부가 일하는 가정의 필요를 외면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무보험 이민자를 위한 보험 지출은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뉴섬 주지사의 프로그램 동결 제안에 대해 이민자 권리 옹호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신규 세금 도입을 통해 재원 마련을 제안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 '헬스 액세스 캘리포니아'의 아만다 맥앨리스터-월너 전무는 "이러한 삭감은 반드시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모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