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11:32 PM
By 전재희
미국 전역에서 무려 2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기록적인 폭염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히트 돔(Heat Dome)'이라 불리는 고기압 현상이 북미 중부에서 동부로 확장되며, 최고 기온과 습도가 수일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히트 돔이 미 동부를 중심으로 3~5일간 고온다습한 날씨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브라이언 잭슨 미국 국립기상청(NWS) 기상예측센터 소속 기상학자는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초까지 미국 중서부에서 시작된 고기압이 미 동부 및 북동부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트 돔은 대기 상층의 강한 고기압이 뚜껑처럼 작용해 지표면의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공기가 수천 미터 상공까지 상승하면서, 햇볕에 의해 공기가 반복적으로 가열된다. 또한 고기압이 상층 제트기류의 흐름을 막아 기온 하강을 방해한다.

이번 히트 돔은 멕시코만과 동태평양에서 증발한 열대 수분을 끌어올리며 습도까지 높이고 있다. 특히 오하이오 밸리와 미드애틀랜틱, 남부 애팔래치아 지역에 최근 내린 폭우로 인해 지반이 습해지면서 증발량이 증가해, 고온다습한 조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뉴욕·워싱턴·보스턴 등 기록 경신 예상
기상청은 오는 월요일부터 동부 주요 도시들이 일일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뉴욕은 월요일 97도(화씨, 약 36.1℃), 화요일에는 99도(약 37.2℃)로, 1888년 세워진 기존 기록인 96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D.C.는 월요일 99도로, 기존 일일 최고기온과 같거나 이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보스턴과 시카고는 각각 96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처럼 고온다습한 날씨는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존스홉킨스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하이메 마드리가노 교수는 "단순히 열사병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의 악화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며 "특히 냉방이 어려운 노인, 어린이, 실외 노동자 등이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인체는 땀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지만 습도가 높으면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관이 확장되며, 심각한 경우 뇌졸중이나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의 빈도와 지속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에는 미국과 캐나다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일주일간의 히트 돔으로 약 650명이 사망했으며, 2023년에는 미국 내 열 관련 사망자가 2,325명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번 히트 돔이 다음 주 목요일쯤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7월에도 유타, 아이다호, 네바다 등 미국 서부에서 또 다른 히트 돔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며, 북동부와 오대호 주변 지역에서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폭염 대비를 위해 외출 자제, 수분 섭취, 냉방 시설 확보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