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07:45 AM
By 전재희
미국의 공습으로 핵시설 타격... 중국·러시아·북한의 대응은 신중 모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란. 이제 이란은 자신을 오랫동안 지원해온 중국, 러시아, 북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세 나라는 수십 년간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으며, 최근까지도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맞서며 긴밀한 협력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전면 개입은 그들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면서, 이란을 돕는 것이 더욱 위험한 정치적 도박이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이어진 협력 관계
이란 핵개발의 중심지인 이스파한 핵시설은 1984년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됐으며, 지금도 중국산 소형 연구용 원자로 세 기가 가동 중이다. 북한은 이란 핵시설의 지하 터널 건설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현재도 수백 명의 핵 전문가를 이란에 파견 중이다.
또한, 북한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시절부터 탱크, 미사일, 포병 등을 이란에 공급하며 무기 개발의 기초를 다져왔다. 미 국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북한은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의 지하 터널도 설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즉각적 지원'에는 소극적
지금까지 중국, 러시아, 북한은 모두 미국의 공습을 규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았고, 이란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를 24일 모스크바에서 접견했지만, 군사적 지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 FDD(민주주의수호재단)의 베흐남 벤 탈레블루는 "이란은 이론상 '더 나은 핵시설로 재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이 연대는 상호 도움보다는 각자의 이익에 기반한 느슨한 동맹"이라고 분석했다.
중러북의 복잡한 셈법
세 나라는 현재 각자의 이해관계로 인해 이란을 적극적으로 돕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네기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는 "이 세 나라 모두 트럼프 하에서 일정 부분 취약한 입장에 있다"며, 이란에 대한 지원은 내부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 지원 가능성은?
전문가들은 중러북이 직접적인 무기 제공보다는, 기술·소프트웨어·전자전 시스템 등 간접적·은밀한 방식의 지원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정학적 파장
이번 공습과 그 여파는 중러북 모두에게 전략적 반사이익도 주고 있다.
미국은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을 재배치하며, 남중국해에서의 해군 활동을 줄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조기 철수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도 건너뛰었다.
이는 중국이 동남아에서 영유권을 강화할 기회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여지를 얻은 셈이다.
느슨한 연대, 제한된 지원
중국, 러시아, 북한은 모두 이란과 오랜 안보·기술 협력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각자의 국익과 전략적 계산에 따라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공개적이고 대규모의 군사 지원은 자칫 미국과의 전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크다.
카타르대 러시아-이란 관계 전문가 니콜라이 코자노프는 "모스크바 입장에서도 이란을 완전히 외면하긴 어렵지만, 당분간은 어느 쪽과도 갈등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