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5 12:53 PM

집값 하락에 '깡통주택' 늘어나는 미국... 팬데믹 인기지역 타격 커

By 전재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집값이 급등했던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한 일부 미국인들이 주택 담보 대출금보다 집값이 더 낮아지는 이른바 '깡통주택(underwater mortgage)' 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주택 소유주 대부분은 여전히 상당한 자산가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팬데믹 당시 집값이 급등했던 일부 '붐타운' 지역에서는 시세 하락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주택이 깡통주택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주 오스틴(Austin)과 플로리다주 케이프 코럴(Cape Coral) 등에서는 2020년 이후 집값이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팬데믹 당시 고점에 산 사람들, 이제 집값이 빚보다 낮아져"

금융정보업체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ntercontinental Exchange)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미국 내 깡통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다음과 같다:

  • 케이프 코럴, 플로리다: 7.8%

  • 레이클랜드, 플로리다: 4.4%

  • 샌안토니오, 텍사스: 4.3%

  • 오스틴, 텍사스: 4.2%

  • 노스포트, 플로리다: 3.8%

부동산 중개인 팀 허(Tim Hur)는 "고객 중 일부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빨리 팔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의 한 고객은 약 3년 전 1,600평방피트의 3베드룸 주택을 40만 달러에 구입했지만, 현재는 38만 5천 달러에 시장에 내놓았다. 그는 아직 완전히 깡통은 아니지만, 빠르게 처분하려 한다.

깡통주택 되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깡통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소유주가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점이다. 매매 차액을 자기 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융자(refinance)도 어려워져, 향후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혜택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대규모 차압(foreclosure)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당시에는 신용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무리하게 대출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대출 기준이 훨씬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레드핀(Redfin)의 이코노미스트 자오(Chen Zhao)는 "고용이 유지되고 월 상환금만 잘 낸다면 깡통주택 상태여도 당장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오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미국 전체 주택 가격은 1%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깡통주택도 다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차압이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

저소득층과 신혼부부 위한 저다운페이 대출이 더 큰 위험 노출

팬데믹 기간 동안 일부 구매자들은 높은 다운페이먼트를 넣어 집을 사며 하락 위험에 대비할 수 있었지만, 연방주택청(FHA)이나 재향군인부(VA) 보증 대출을 이용한 구매자들은 처음부터 적은 자본금으로 집을 산 경우가 많아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곧바로 깡통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FHA·VA 대출은 주로 생애 첫 주택 구매자나 중저소득층이 사용하는데, 이 대출 형태가 최근 1년간 연체율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깡통주택의 약 75%가 해당 대출을 통해 구매된 주택이라고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는 분석했다.

전국적 집값은 여전히 높지만... 팬데믹 이후 구입자 타격 커

전국 평균 집값은 여전히 36만 7천 달러 수준으로, 코로나19 이후 대출금리가 낮고 저축률이 높았던 시기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10년치 집값 상승이 5년 만에 몰아닥친 결과다. 특히 햇볕이 풍부한 선벨트 지역은 원격근무자들이 대거 유입되며 가격 상승이 가팔랐다.

하지만 2022년부터 대출금리가 오르며 수요가 주춤했고, 공급이 늘며 시장은 현재 매수자와 매도자 간 균형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

레드핀은 팬데믹 전(2020년 7월 이전)에 구입한 사람들은 여전히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팬데믹 기간(2020~2022년)이나 이후에 주택을 구입한 이들은 가격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