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30 07:07 AM

러시아군, 수미 인근에 5만 병력 집결...우크라이나 방어선에 심각한 압박

By 전재희

우크라이나군 "두더지 잡기식 방어전...러시아, 수적 우위로 지속 압박"

우크라이나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수미(Sumy) 인근에 약 5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키며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에서 3대 1의 병력 열세 속에 '두더지 잡기'식 방어전을 벌이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군의 핵심 전략은 병력 수로 우리를 소모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Kursk) 지역에서 거의 완전히 몰아낸 후, 국경을 넘어 수미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화면)

수미로의 진격은 현재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 지연에 점점 불만을 드러내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터키에서 양국 간 회담이 지속되었지만, 같은 기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오히려 강화했다. 일요일 밤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공습으로 F-16 전투기 한 대와 조종사를 상실했으며, 이는 전쟁 발발 이래 가장 많은 탄두가 사용된 공습으로 기록됐다.

시르스키 사령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선은 100마일 이상 확대되어 현재는 북동부에서 남부까지 약 750마일에 걸쳐 아치형으로 형성되어 있다. 러시아군은 이 긴 전선 곳곳을 탐색하며 취약 지점을 발견할 경우 집중적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달 수미도 이러한 전략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정보국 소속 정예 특수부대인 '티무르 특공대'를 수미 지역에 투입해 방어선을 강화했고, 러시아의 진격은 일단 멈춘 상태다. 티무르 부대의 지휘관 티무르는 "이제는 반격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병력 차이는 현저하다. 티무르 부대 소속 치메라 유닛의 지휘관 카파(Kappa)는 "적의 숫자가 큰 문제"라며 "러시아군은 하루 300~400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지만, 계속 보충병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티무르 특공대원 12명은 수미 북쪽에 위치한 러시아 점령 마을을 공격하던 중, 예상치 못한 러시아군과 참호에서 마주쳤고, 이후 7시간에 걸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지휘관 마르크(Mark)는 "내가 겪은 전투 중 가장 끔찍했다"며 "보병, 드론, 유탄발사기, 기관총, 포병, 집속탄까지 총동원됐다"고 회상했다.

전투 영상에는 거의 끊임없는 총성이 울리고, 마르크는 포격 소리를 들으며 참호 벽에 몸을 숨기고, 박격포 지원을 요청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기관총 사수는 전투 중 총 5,500발을 발사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특공대는 철수를 결정했고, 전원 생환했지만 3명이 총상을 입었고 모두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한편 병사들은 수미를 방어하는 데 너무 큰 인명 대가가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르스크 지역 점령 당시 병사들은 국경을 넘어 돌아온 뒤 수미 방어선이 잘 구축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구식 참호에 드론 방호 시설조차 없어 일부는 직접 참호를 새로 파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는 지뢰도 매설되어 있지 않아 병사들은 "탱크 침공을 대비한 것이지, 매일 드론이 공격하는 전장에 대비한 것은 아니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쿠르스크 전투를 거쳐 현재 수미에 배치된 보병 지휘관 키릴로(Kyrylo)는 "방어진지가 하루 늦게 구축될수록 그날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루스템 우메로프는 최근 "수미 지역의 요새화 작업이 위협 지역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요새화란 단지 콘크리트와 참호가 아니라, 적의 전술에 맞춰 적응하는 공병 시스템이며, 목표는 오직 병사의 생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