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30 07:19 AM
By 전재희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10기 착공 목표...공급망·예산·허가가 최대 난제"
워싱턴 D.C.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전력 산업을 '핵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최근 발동된 행정명령은 향후 25년간 원자력 발전량을 4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노후 원전 관리에 집중해온 업계는, 공급망 재건과 건설 일정·예산 준수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반응한 주는 뉴욕이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 재개에 불씨를 지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신속한 인허가 시스템'의 실효성도 시험받게 된다.
❚ '건설 절벽'에서의 재도전
미국의 원전 건설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급감했다. 그 이후 추가된 원자로는 테네시 1기, 조지아 2기를 포함해 단 3기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원자력 생산국으로, 94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하지만 평균 가동 연수는 약 43년이며, 가장 오래된 원자로는 1969년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현 시점에서 업계의 주요 활동은 신규 건설이 아니라,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 및 최근 폐쇄된 일부 원전의 재가동 시도에 집중돼 있다.
트럼프 행정명령은 미국 원자력 규제기관 개편, 신규 프로젝트 허가 절차 간소화, 연료 공급 확대, 연방 토지 내 원전 활용 등을 통해 이 정체된 산업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원자력은 미국 전력의 약 20%를 차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비중을 유지해 왔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기저부하 전원으로서의 역할도 크다.
하지만 과거 '핵 르네상스'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된 전례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셰일가스 붐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전 대신 가스 발전소 건설이 대세가 됐고, 여기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까지 급성장하며 원전은 시장에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경쟁적인 전력 시장에서는 일부 원전이 문을 닫기도 했다.
조지아 보글(Vogtle) 원전에 최근 완공된 2기의 신규 원자로(AP1000)는 총 공사비가 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신규 건설에 대한 업계의 의욕을 다시 꺾는 요인이 되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은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설계의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주는 최소 1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자력 설비 도입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어떤 형태(대형 원전 또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로 추진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편 프랑스는 오일 쇼크를 계기로 1970년대부터 원전을 본격 확대해, 현재는 세계 최대 전력 순수출국이 되었다. 전력의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 모델은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에게 롤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원전 건설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가장 적극적인 개발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 역시 국내외에서 원전을 건설하며 글로벌 수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전력 수요는 지난 20년간 거의 정체 상태였지만, 최근 AI 서버,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은 '24시간 청정 전력'을 원하고 있으며, 일부는 원전 사업자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는 원전 업계에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천연가스가 미국 전력망의 주력 전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해 28개 주의 기존 원전 부지에 신규 원자로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11개 주의 폐쇄된 원전 부지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존 부지는 인프라 및 규제 환경 측면에서 신규 개발보다 훨씬 유리하다.
미국 내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상승해왔다. 특히 기후 변화 대응 수단으로서 탄소 없는 전력 생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원전은 재조명되고 있다. 의회 내에서도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일리노이, 뉴저지 등 여러 주에서는 기존 원전의 폐쇄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