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07:21 AM

지금 플로리다 케이프 코럴, 미국 최악의 주택시장

By 전재희

팬데믹 특수 끝나자 집값 하락, 압류 증가... "아직 바닥 아니다" 경고도

한때 팬데믹 이주 열풍의 수혜지로 부상했던 플로리다주 케이프 코럴(Cape Coral)이 현재는 미국 최악의 주택시장으로 전락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30일 보도했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집값 급등, 보험료 폭등, 자연재해, 투자자 수요 감소 등 모든 악재가 겹친 결과다.

부동산 중개인 호세 에체바리아(José Echevarria)는 "지금 케이프 코럴이 미국에서 가장 안 좋은 주택시장"이라며 "아직 바닥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팬데믹 특수 후 3년... "For Sale" 간판만 가득

케이프 코럴은 운하가 가장 많은 도시로, 팬데믹 초기엔 수천 명이 줌(Zoom)을 통해 '눈으로 보지도 않고' 집을 구매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간 주택 가격은 3년 만에 75%나 급등해 41만 9천 달러까지 올랐고, 은퇴자와 소규모 투자자 중심이던 중산층 커뮤니티의 성격도 급변했다.

하지만 지금은 "판매 중" 간판이 거리마다 즐비하고, 오픈 하우스는 한산하다. 압류가 증가하고 있으며, 주택업자들은 건설 중단된 반쯤 지어진 집을 할인 판매하며 손실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동산

(부동산 세일즈 간판. 자료화면)

주택 매물 정보업체 Homes.com 분석에 따르면, 케이프 코럴-포트마이어스 지역의 집값은 지난 2년간 11% 하락, 미국 주요 대도시권 중 낙폭이 가장 컸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기업 Parcl Labs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난 13개월 중 12개월 동안 집값이 하락했고, 전체 매물 중 52%가 가격을 인하했다. 인근의 사라소타(Sarasota), 탬파(Tampa) 등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케이프 코럴은 **모기지 대출금이 집값보다 많은 '깡통주택' 비율이 8%**로, 미국에서 가장 높다.

2년간 15차례 가격 인하... 그래도 '무관심'

에체바리아가 오픈 하우스를 연 한 매물은 3년 전 에어비앤비 투자용으로 매입된 집으로, 수영장과 가구를 갖춘 상태였다. 최초 매도가는 67만 5천 달러였으나, 현재는 구입가보다 10만 달러 낮은 50만 달러 미만까지 내려갔다.
1년 넘게 시장에 나와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높은 금리, 보험료 급등, 재산세 부담, 자연재해, 원격근무 종료, 임대료 하락 등 거의 모든 악재가 이 지역에 집중됐다"고 설명한다.

팬데믹 당시 매물 3,500채였던 리 카운티(Lee County)는 현재 1만 2,000채 이상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고비용 vs 저임금"... 경제적 기반 붕괴도 원인

주택시장 침체는 아파트에도 번지고 있다.
다세대 주택의 64%가 입주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렌트 할인 등)를 제공 중이며, 이는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2022년 이후 매년 허리케인이 서부 해안에 피해를 입히면서, 침수 피해와 보험료 급등이 이어졌고, 일부 보험사는 아예 플로리다 시장에서 철수했다.

마이애미에서 콘도 붕괴로 98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도입된 건물 보강 규제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콘도 소유주가 수만~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특별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케이프 코럴로 이주한 시카고 출신 셰리 스프링클은 지난해 해고된 뒤 문신 시술 사업을 시작했지만 오프시즌 수요 부진에 고전 중이다. "여긴 천국 같지만 일자리가 없어요. 다들 일거리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건설 포기, 투자 손절... "에어비앤비도 안 팔려"

건설업체들은 수익성이 맞지 않자 공사 중단을 선언하고 미완공 주택을 '있는 그대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운하 옆 콘크리트 주택은 지붕이 없는 상태로 19만 달러에 매물로 나와 있으며, 내부에는 물자국과 곰팡이 흔적, 거미까지 보인다.

투자자들도 손을 떼는 분위기다. 팬데믹 당시 단기 임대를 기대하고 투자했던 이들은 지금 다세대 주택과 경쟁에 밀려 임대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에체바리아의 이모 역시 최근 20만 달러 손해를 보고 임대용 주택을 매각했다. "연간 4만 9천 달러 손실을 감수할 바엔 그냥 팔고 손실공제나 받자는 계산이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악몽의 재현?

사실 케이프 코럴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에도 중심지였다. 신용규제 부재 속에 투자자들이 돈 한 푼 없이 여러 채를 사들이고, 세입자 이탈로 줄도산이 벌어졌었다.

이번에는 많은 집들이 현금 구매되었고, 대출 규정도 까다로워졌지만, 경제 불안과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인해 집값은 또다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뉴저지에서 이주한 키스 브로슈는 건설업을 접고 샐러드 가게를 열 예정이지만, 바닷가에 위치한 집을 팔고 내륙으로 이사하려 한다.
"재산세와 홍수 보험료가 앞으로 5년간 너무 많이 오를 것 같아 이곳에 남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