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8:11 AM

하원 공화당, 트럼프 BBB법안 저지 움직임

By 전재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명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로 불리는 대규모 세금·지출 법안이 상원을 가까스로 통과해 하원으로 되돌아온 가운데, 하원 공화당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보수파와 중도파 의원들이 상원 버전의 내용을 비판하며 법안 저지를 경고하고 나서면서, 최종 처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최근 JD 밴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로 법안을 통과시켜 하원으로 넘겼지만, 하원 공화당은 불과 3명의 이탈표만으로도 법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구조다. 공화당 의석 분포가 220대 212로 박빙인 탓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지도부가 강한 압박으로 표 단속에 성공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갈등의 골이 더 깊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자료화면)

하원 내 반대파 의원 일부는 수요일 오전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과 직접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에서 우선 절차 표결을 진행하고, 빠르면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최종 표결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법안 서명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상원 수정안, 하원서 '역풍'

문제는 상원에서 통과된 수정안의 내용이다. 상원 버전은 저소득층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 구조조정을 대폭 확대하고, 재정적자를 더 늘리는 조항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보수 강경파 의원들은 물론, 지역구 표심을 의식하는 중도파 의원들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원 자유의지연합(Freedom Caucus) 소속 랄프 노먼(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우리 안이 완전히 변질됐다"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청정에너지 세액공제(IRA)부터 재정적자까지, 대통령이 원했던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상원안은 앞으로 10년간 국가부채를 3조4천억 달러 늘릴 것으로 의회예산국(CBO)이 추산했는데, 이는 하원안의 2조4천억 달러보다 1조 달러나 많은 수치다. 또한 상원안에 따르면 메디케이드 축소로 2034년까지 1,200만 명이 보험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돼, 하원 버전(1,100만 명)보다 더 강도 높은 삭감이 이뤄진다.

지도부 "조정 가능" 설득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상원이 너무 많은 수정을 가했지만, 이것이 의회 절차"라며 "하원에서 다시 조정할 기회가 있다"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상원이 더 어려울 줄 알았지만 원하는 걸 거의 다 얻었다"며 "하원에서도 잘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재정건전화(재정 매파)를 내세우는 의원들과 중도파 의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급격한 복지 삭감이나 재정적자 확대는 지역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원 자유의지연합 의장인 앤디 해리스(메릴랜드) 의원과 에릭 벌리슨(미주리) 의원 등은 상원안이 대폭 수정되지 않으면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압박'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경선을 통해 도전자를 내세우겠다는 메시지를 흘리며 압박하고 있다.

엘리 크레인(애리조나) 의원은 "자유의지연합도 대통령을 돕고 싶지만, 원칙도 지켜야 한다"며 신중론을 보였다.

다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에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설득에 나서면 하원 표 단속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전 자유의지연합 의장이었던 밥 굿 전 하원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두려워한다"며 "결국 표를 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하원 표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빅, 뷰티풀 빌' 운명은 다시 한 번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