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06:31 AM

미국의 최대 아시아 동맹국들, 트럼프 관세 위기 앞두고 막판 무역 협상 총력전

By 전재희

트럼프 대통령, 8월 1일까지 새 무역 조건 제시... 일본·한국 등, 관세 유예 기간 활용해 협상 재개

미국의 아시아 주요 동맹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막판 협상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백악관은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오는 8월 1일까지 새로운 무역 조건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최대 4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번 통보로 아시아 수출 중심 국가들은 수주 간의 유예 기간을 확보하게 되었으나, 수개월간의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 양보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LA 항

(LA 항. 자료화면)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7월 2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으며, 여당의 연정 붕괴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의 국익을 지키는 협상을 이끌 것"이라며 "일자리 상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6월 초 정권교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 취임했으며, 8일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한 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담긴 일부 내용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이미 일부 품목에 관세가 부과된 상태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미국 내 투자 확대, 조선 기술 및 반도체 기술 공유 등을 제시할 수 있는 '카드'도 지니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당초 일본, 한국, 영국, 인도, 호주 등 우방국들과의 협상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까지는 영국과만 합의에 도달한 상태다. 일본과 한국은 오는 8월 1일부터 25%의 '상호적 관세' 대상이 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신흥국들도 이번 주 백악관의 서한을 받았으며, 의류·신발·가구 등에 대해 25~40%의 관세가 예고되었다. 말레이시아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아시아 첫 순방지로 예정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에서 관세율을 당초 46%에서 20%로 낮추며 일종의 타협 사례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일부 미국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일본과 한국은 멕시코에 이어 미국에 가장 많은 자동차를 수출하는 국가로, 지난 4월부터 시행된 25% 자동차 관세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일본과 한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쌀 수입 확대는 일본과 한국 농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으며,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미국산 대두·밀 수입을 늘릴 경우 자국 농업 기반이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또 아시아 국가들에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축소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은 일본과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방글라데시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중국산 원자재에 의존해 미국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총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본 정부가 협상에서 과감한 양보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추 부국장은 "지금은 일본이 협상에서 판을 흔들기를 꺼리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다른 교역국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관세 복귀를 고집하기보다는 동등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직 통상교섭본부장인 최병일 변호사는 "한국이 일본과 같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는다면, 이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