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9 08:20 AM

저평가된 구글, 빅테크의 숨은 투자처로 떠오르다

By 전재희

반독점 압박과 AI 경쟁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의 잠재력은 여전히 건재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의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회사의 자발적인 분할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의외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현재 알파벳이 처한 주요 위기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반독점 조사다. 미국 법원은 지난 1년간 구글을 검색엔진 및 광고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독점 기업으로 판단했으며, 이에 따른 처벌이 진행 중이다.

구글

(구글 로고. 자료화면)

유럽에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관련한 43억 유로(약 47억 달러) 규모의 벌금과,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에 따른 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오픈AI(OpenAI)와 그 대표 서비스인 ChatGPT의 부상은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점유율 약 90%)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AI를 정보 탐색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알파벳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검색 광고 사업이 도전을 받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가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며,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Waymo)가 선도하던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2025년 현재 알파벳 주가는 연초 대비 약 8%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S&P500은 6% 상승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각각 2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업 분할만이 해답" 주장도

투자은행 D.A. 데이비드슨은 최근 보고서에서 "알파벳이 분할될 경우, 여섯 개의 독립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이들의 가치는 주당 304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7월 8일 기준 주가(175달러)보다 7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알파벳이 생각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8배 수준으로, AI 관련 대형주 중에서는 드문 저평가 종목이라는 분석이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각각 32배 이상의 PER에 거래되고 있다.

반독점 조치, 치명적이지 않을 수도

미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에 자사 검색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명백히 경쟁사를 배제하는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크롬 브라우저 사업의 분할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캐내코드 제뉴이티(Canaccord Genuity)는 "법원은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합법적으로 취득한 것으로 봤다"며, 크롬 분할 요구는 법무부가 다른 처벌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구글의 광고 기술 사업 부문 일부는 향후 분할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부문은 최근 매출이 감소세를 보여 재무적으로 핵심 부서는 아니다.

AI 경쟁에서도 완전히 밀린 것은 아니다

AI 관련 우려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있다. 오픈AI의 ChatGPT는 월간 사용자 수가 6억 명에 달하지만, 구글의 젬미니(Gemini) AI도 3억 5천만 명의 월간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구글 검색에 도입된 AI 개요 기능은 월간 15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고 선다 피차이 CEO는 밝혔다.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테슬라보다 실질적으로 앞서 있다. 웨이모는 이미 여러 도시에서 상용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며, 해당 사업은 2024년 기준 약 45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알파벳 분할? 현실적 문제도 존재

기업 분할은 매력적인 시나리오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알파벳은 단순한 지주회사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 구조다. 예컨대 AI용 맞춤형 칩은 검색 결과 처리에 쓰일 뿐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에도 활용되며, 검색 수익은 고비용 AI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자금원이 된다.

또한 지메일, 크롬, 구글 지도, 검색 등은 상호 연계되어 핵심 데이터를 공급하고 신규 서비스의 배포 채널 역할을 한다. 분할 시, 연간 75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자본지출 계획도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