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06:47 AM

셰브론, 엑손과의 중재전 승리 후 530억 달러 규모 헤스 인수 완료

By 전재희

셰브론(Chevron)이 530억 달러 규모의 헤스(Hess)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재판소가 엑손모빌(Exxon Mobil)의 이의를 기각하면서 가능해졌다

엑손은 자신들이 가이아나 해상 유전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석유업계의 역사적인 경쟁자인 스탠더드 오일(John D. Rockefeller's Standard Oil) 계열의 두 후계 기업 간 긴장된 법적 분쟁을 종결지었다. 셰브론은 2023년 10월 헤스를 인수하기로 처음 합의했으나, 엑손은 가이아나 스타브룩(Stabroek) 블록 내 헤스의 30% 지분에 대해 선매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거래를 방해해 왔다.

셰브론

(셰브론, 자료화면)

셰브론은 이 선매권이 기업 전체 인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엑손의 이례적 개입은 석유업계에서 지난 수십 년간 보기 드문 일이었고, 1980년대 펜조일(Pennzoil)과의 소송으로 텍사코(Texaco)가 파산에 몰린 사건 이후 가장 격렬한 기업 간 충돌로 평가받았다.

거래 즉시 마무리... 존 헤스는 이사회 합류

ICC 판결 발표 수 시간 만에 셰브론은 헤스 인수를 공식 마감하고, 헤스의 최고경영자였던 존 헤스를 자사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하루 전까지 존 헤스의 이사회 참여를 금지한 명령을 철회한 상태였다.

셰브론 CEO 마이크 워스(Mike Wirth)는 인터뷰에서 "너무 오래 걸린 절차였다. 더 빨리 마무리됐어야 했다"며 "결과는 결코 의심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엑손은 판결에 동의하지 않지만 중재 과정을 존중한다며, 자사 투자자에 대한 의무로 선매권 검토는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헤스 주가는 장전 거래에서 8% 가까이 급등했으며, 셰브론도 3.7% 상승했다. 반면 엑손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가이아나 프로젝트: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석유 자산

엑손은 가이아나 프로젝트에서 45%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하루 약 65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 중이다. 중국의 국영 해운사인 CNOOC는 25%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엑손과 함께 이번 분쟁에서 같은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해당 컨소시엄은 2027년까지 하루 120만 배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구 80만 명 규모의 가이아나는 세계 1인당 원유 생산량 기준 최상위 산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중재는 2014년 헤스가 쉘(Shell)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당시 체결된 공동운영계약(JOA)의 해석을 둘러싼 쟁점에 집중되었다. 해당 계약의 일부 조항은 파트너 변경 시 기존 지분 보유자에게 선매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셰브론, 엑손, CNOOC는 5월 말 런던에서 비공개 중재에 참여했다.

셰브론의 반격과 미래 구도

셰브론은 지난 몇 년간 엑손에 비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이번 인수는 셰브론이 2030년 이후 생산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여겨졌으며, 실패 시 또 다른 대형 인수 타깃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컸다.

워스 CEO는 "이번 인수는 당사의 상류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핵심 조치"라며, 카자흐스탄·아르헨티나·동지중해·석유화학 분야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현금 마진과 낮은 탄소 배출 강도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엑손: 충격은 적지만 주도권 상실

엑손은 팬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2022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을 진행했다. 2020년 200억 달러의 연간 손실과 대규모 정리해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되었던 시절과는 대조적이다.

엑손은 중재 결과와 상관없이 가이아나에서의 운영을 유지할 계획이었다며, 이번 판결 후에도 셰브론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FTC는 지난해 셰브론 이사회 참여를 막았던 파이어니어 CEO 스콧 셰필드(Scott Sheffield)에 대한 금지 명령도 해제했다. FTC는 셰필드와 존 헤스가 OPEC과 부적절한 협의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번 판결 이후 방침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