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 11:42 PM
By 전재희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지능(AI) 인재를 둘러싼 경쟁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Meta를 선두로 주요 빅테크들이 AI 스타급 연구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수억 달러 규모의 보상을 제시하며, 기술계는 NBA 선수와 할리우드 스타를 능가하는 '두뇌 전쟁'의 시대에 진입했다.
충격의 연속, 실리콘밸리 '평범한' 주말
지난 금요일, AI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의 직원 수백 명이 본사 회의실에 모였다. 수개월 간 OpenAI와 30억 달러 규모의 인수 논의를 이어온 회사였기에, 이들은 인수 성사 발표를 기대하며 마케팅팀은 홍보 영상까지 촬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신 CEO 바룬 모한이 구글로 이직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일부 직원들은 충격에 눈물을 흘렸다.
월요일 아침, 윈드서프는 또 다른 AI 스타트업 코그니션(Cognition)에 인수되었다는 발표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틀 새 CEO 이탈, 주요 인재 유출, 인수 전환이라는 격동은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AI 인재 전쟁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이번 인재 쟁탈전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Meta다. 마크 저커버그는 "AI 드림팀"을 직접 구성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자에게는 4년간 최대 3억 달러(약 4,200억 원)의 조건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OpenAI, 구글, 딥마인드, 애플 등은 쉽게 인재를 넘겨주지 않는다.
심지어 Meta는 '폭발성 제안(exploding offer)'-며칠 내로 수락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제안-을 사용해 경쟁사들의 대응을 막고 있다. 저커버그는 최근 Threads에 "Meta 슈퍼인텔리전스 랩은 연구자당 업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금전 외적 매력도 강조했다.
OpenAI의 샘 올트먼 CEO는 내부 Slack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선교사(missionary) 대 용병(mercenary)"의 구도로 설명했다. 그는 "미션 중심의 산업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몇몇은 돈만 좇는 사람들일 것"이라며 저커버그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Meta는 Scale AI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랩 리더로 영입하며, 회사 지분 일부를 1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왕은 MIT를 중퇴하고 19세에 Scale을 창업해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지난 6월 본사에서 퇴임 연설 중 눈물을 보였다. 이후 OpenAI와 구글이 Scale과의 계약을 해지했고, Scale은 직원 14%를 해고했다.
Meta는 또 다른 AI 스타트업 SSI의 CEO 대니얼 그로스와 전 깃허브 CEO 낫 프리드먼도 영입했다. 이들은 전 OpenAI 수석과학자 일야 서츠케버와 함께 SSI를 공동 창업했지만, 그로스는 Meta의 제안을 수락하며 공동 창업자를 떠났다. Meta는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이들이 운영하던 벤처펀드 NFDG의 구조조정까지 도왔다.
OpenAI의 인수 실패 이후, 윈드서프 CEO 모한은 구글과 24억 달러 규모의 딜을 성사시켰다. 일부 핵심 인재는 구글로 이직했고, 남은 직원들은 회사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방치됐다. 하지만 코그니션 CEO 스콧 우가 윈드서프 잔여 지분을 인수하며 사태를 일단락시켰고, 직원 전원이 인수 조건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되었다.
새 CEO 제프 왕은 "모두 충격적일 수 있다. 이번 주말은 정리하는 데 필요할 것"이라며 직원들을 위로했고, 이번에는 기립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