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9 07:52 AM

유튜브, TV 시청자 전쟁서 승리하다... 헐리우드를 밀어낸 세대의 반란

By 전재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는 영상 플랫폼의 본사는 전통적인 헐리우드 스튜디오의 흔적이 전혀 없다.

인기 쇼의 포스터도, 작가들의 회의도, 세트장도 없다. 관광객도 없다. 하지만 노트북과 스마트폰 화면에서 시작된 유튜브는 이제 헐리우드의 본진인 거실 TV까지 장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닐슨(Nielsen)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5년 초 미국 TV에서 가장 많이 시청되는 영상 제공자가 되었으며,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WSJ 보도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보다 TV를 통해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10억 시간을 넘는다. 이는 디즈니가 방송, 케이블, 스트리밍 플랫폼 전부를 합해 얻는 시청 시간보다 많다.

'TV용 유튜브'로의 진화

이에 따라 유튜브 창작자들은 이제 짧고 즉흥적인 콘텐츠 대신,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거실에서 볼 수 있는 길고 고퀄리티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 역시 TV 앱 기능을 대폭 강화해 넷플릭스처럼 에피소드 자동 재생 기능, 개인 맞춤 콘텐츠 피드 등을 준비 중이다.

유튜브 TV(월 $83 유료 채널 번들)와 별도로, 유튜브 본 앱은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을 통해 점점 더 TV 플랫폼에 최적화되고 있다. 유튜브 제품 관리 부사장 크리스티안 외슬리엔은 "유튜브는 인터넷상의 모든 영상 콘텐츠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이제 TV를 대체하는 플랫폼

처음에는 저화질의 하우투 영상이나 스케이트 묘기 등 '진짜 엔터테인먼트'라 보기 어려운 콘텐츠로 출발했지만, 지금의 유튜브는 다르다. 스탠드업 코미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토크쇼 등 기존 방송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르가 유튜브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 예가 '굿 미씨컬 모닝(Good Mythical Morning)'이다.

유투브 TV

(유투브 tv. 자료화면)

Rhett & Link라는 두 명의 진행자는 매일 아침 토크쇼 형식의 영상을 올린다. 이들은 약 20년 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 구독자는 1,930만 명이며,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100명을 고용하고 제작 스튜디오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쇼는 2024년 말부터 TV가 가장 인기 있는 시청 수단이 되었으며, 현재 전체 시청의 53%가 TV에서 이뤄진다.

이와 유사하게 유명 인터뷰 쇼 'Hot Ones'나 키즈 콘텐츠인 Dhar Mann Studios의 영상도 대부분 TV에서 시청되고 있다.

콘텐츠는 길어지고, 수익은 늘어난다

Tubular Labs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TV 시청자들은 15분 이상의 긴 영상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본다. 이는 유튜브 제작자들이 더 긴 콘텐츠를 제작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광고 수익도 길이에 비례해 증가한다. 중간 광고(mid-roll)는 영상 길이가 길수록 여러 번 삽입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CAA 에이전트 앤드류 그레이엄은 "장편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짧은 콘텐츠는 수익화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코미디언 퀘를린 블랙웰도 과거엔 10분짜리 영상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지만, 지금은 15명의 전문가와 함께 제작하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짧아진 게 아니라, 우리가 짧은 콘텐츠만 제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헐리우드의 역할은 줄어든다

유튜브는 2015년 MTV 출신 임원을 영입해 유료 콘텐츠를 제작했지만 실패했다. 유일한 성공작은 '코브라 카이(Cobra Kai)'였으며, 이는 결국 넷플릭스로 이적해 인기를 끌었다.

이후 유튜브는 콘텐츠 결정권을 창작자에게 맡기기로 했다. 다만 스포츠 분야는 예외다. 유튜브는 2023년부터 NFL 선데이 티켓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연간 20억 달러를 NFL에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콘텐츠를 무료 광고 기반 서비스에도 도입했다.

올 9월, 유튜브는 최초로 NFL 경기를 무료로 스트리밍할 예정이다. 이는 구글이 광고 수익만으로 스포츠 중계권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믿는 신호다. 다중 경기 시청(multi-view), 인플루언서 해설 등 새로운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도 탐내는 유튜브 인재들

Wells Fargo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젊은 시청자 확보를 위해 유튜브 인기 채널 제작자 20~30명을 유치하는 데 5억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MrBeast는 아마존 프라임에 새 쇼를 론칭했고, Ms. Rachel의 키즈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재방영된다. 하지만 다수의 유튜버들은 "유튜브 채널은 우리의 집"이라며 완전한 이탈을 거부하고 있다.

Dhar Mann Studios 대표 션 앳킨스는 "이제는 유튜브를 이기려는 게 아니라, 유튜브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할 때입니다. 게임은 이미 끝났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