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07:31 AM

일본 총선, 미일 무역협상에 악재... 이시바 총리 퇴진 압박 커져

By 전재희

집권 여당 참의원 선거 패배로 대미 협상력 약화... 8월 1일 관세 시한 앞두고 혼란 우려

일본 집권 연립여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상실하는 중대한 패배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로 인해 미일 간 무역협상이 8월 1일 고율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으며, 시게루 이시바 총리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WSJ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집권 1년이 채 안 된 상태에서 지난 가을 중의원 선거 패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를 승부처로 삼고 강경한 대미 무역 협상 자세를 강조했으나, 유권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이민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을 돌렸다.

이시바 일본총리

(이시바 일본 총리가 선거 결과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BBC뉴스 캡쳐)

이번 선거 결과,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 공명당은 50석 확보에 실패하고 47석에 그쳤다. 이는 참의원의 과반 붕괴를 의미하며, 지난해 중의원 과반을 잃은 데 이은 연속적인 타격이다. 그 결과 이시바 총리는 사임 압박에 직면했으나, 그는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며 총리직 유지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의 협상, 고비 앞두고 정치적 혼란

이시바 총리는 선거 당일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고비"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두 차례 대면하고 수차례 통화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패배로 국회 장악력이 약해진 이시바 내각은 미국과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농업이나 자동차 등 민감한 분야에서 양보가 포함될 경우 이를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월 9일 지바현 후나바시에서 "이것은 일본의 국익을 위한 싸움"이라며 미국과의 강경한 무역 협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그 메시지가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 일본 경제에 직격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동안 관세를 외교·경제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일본 자동차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는 도요타, 혼다 등 주요 제조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은 4월 발표한 거의 모든 일본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 조치에서 일부 면제를 협상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각국 정상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세 회피를 위한 협상 마감 시한을 7월 초에서 8월 1일로 연장한 바 있다. 일본에 보낸 서한에서는 관세율을 24%에서 25%로 상향해 백악관의 불만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이미 미국과 관세 협정을 맺었지만 모두 일정 수준의 고율 관세를 수용해야 했다. 일본 또한 일부 양보 없이는 벌금성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워싱턴 소재 허드슨연구소의 윌리엄 추 부소장은 "이시바 총리는 지나치게 관세 감면에 기대했지만 미국의 분위기를 잘못 읽었다"고 지적했다.

극우 신당 약진... 포퓰리즘 바람 일본도 강타

이번 선거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실책 외에도, 극우 성향의 신생 정당 산세이토(参政党)가 14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은 이민 제한과 '일본 우선'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반이민, 반글로벌리즘 정서를 반영했다.

야당 지도자인 가미야 소헤이는 "일본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이번 선거 결과를 '정권 교체의 신호'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