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2 08:29 AM

소프트뱅크와 오픈AI의 5천억 달러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제자리걸음

By 전재희

백악관에서 야심차게 발표된 미국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오픈AI와 소프트뱅크 간 이견으로 차질... 연내 소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목표 축소

지난 1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가 함께 공개한 미국 인공지능(AI)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가 출범 6개월 만에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졌다. 초기 약속과 달리 아직 단 한 건의 데이터센터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당초 미국 내 AI 산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겠다며 2029년까지 총 5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1천억 달러는 즉시 집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로서는 오하이오주에 소규모 데이터센터 하나를 연내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방향을 크게 수정한 상태다.

파트너십 이견으로 동력 상실... 알트만은 별도로 독자 행보

스타게이트는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프로젝트지만, 양사는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 등 핵심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특히 손정의 회장이 투자한 에너지 개발사 SB에너지의 부지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짓자는 소프트뱅크 측 제안과, 이를 꺼리는 알트만 측 입장이 충돌했다는 후문이다.

소프트뱅크와 오픈 AI, 스타게이트

(소프트뱅크 손정의 화장과 오픈 AI  샘 알트만 CEO. 니케이)

그 사이 알트만은 오라클(Oracle)과 연 3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데이터센터 계약을 독자적으로 체결하는 등 스타게이트와 무관한 독립적 인프라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계약은 향후 3년 내 4.5기가와트 규모의 처리능력을 갖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는 후버댐 두 개 분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수준이다.

오픈AI는 또 다른 데이터센터 기업인 코어위브(CoreWeave)와도 별도 계약을 맺었으며, 이를 합산하면 올해 스타게이트가 약속했던 5기가와트 규모와 맞먹는 인프라를 이미 확보한 셈이다.

손정의, "오픈AI에 추가 투자 희망"... 독자적 스타게이트 추진 의지

손 회장은 여전히 오픈AI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며 추가 투자 의지를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그간 놓쳤던 AI 산업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손 회장은 지난 10년간 1,400억 달러 이상을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AI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자 했지만, 챗GPT 출시 전까지는 오픈AI나 경쟁 기업들과의 연결고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2016년 인수한 반도체 기업 ARM은 최근 가치가 급등하며 그나마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가을 도쿄에서 손 회장과 알트만은 오픈AI에 대한 공동 투자 및 인프라 구축 계획을 구체화했고, 트럼프 측에 미국 내 초대형 AI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틀째였던 올해 1월 백악관에서 세 사람은 5천억 달러 규모의 '황금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양사는 각각 180억 달러를 스타게이트에 초기 출자하기로 했으며, 소프트뱅크는 재정 조달, 오픈AI는 운영을 맡는 구조로 공동 지배를 하기로 했다. 오라클과 아랍에미리트의 MGX도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지만, 구체적인 투자 약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법인조차 설립 안 됐다'는 오라클 CEO 발언도

오라클 CEO 사프라 캐츠는 지난달 투자자 대상 콜에서 "스타게이트는 아직 공식적으로 설립되지도 않았다"고 발언해, 실질적인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더욱이, 알트만은 오픈AI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텍사스 애빌린과 덴턴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도 '스타게이트'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스타게이트 상표권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프로젝트들은 실제로는 스타게이트 파트너십의 자금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AI 인프라 전쟁은 계속... 시장은 속도전

AI 기술은 연산 집약적인 특성상 막대한 전력과 서버 자원을 요구하며, 이에 따라 전 세계가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돌입했다. 미국 내에서는 철도 건설에 비견될 정도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고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문제는, 이런 투자가 아직 수익 모델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AI는 연간 매출로 약 10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지만, 오라클과의 계약만 해도 연 300억 달러에 달해, 수익성 확보까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손 회장과 알트만은 최근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테크 컨퍼런스에 영상으로 동시 출연해 "10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라는 초기 목표를 함께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협력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점점 더 현실적인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