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4 06:50 AM
By 전재희
캐나다·멕시코와는 여전히 협상 중...미합의 시 최고 35% 관세 부과 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무역 기준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간의 관세 협정에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15% 관세를 골자로 한 유사한 협정을 논의 중이다.
이 두 합의는 수개월간 이어져온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의 전환점을 의미하며, 전 세계 기업들에게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와는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8월 1일 협상 마감일 이전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양국은 각각 35%, 30%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 현재 두 나라에는 25% 관세가 적용 중이며,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고 있다.

이번 일본과의 협정은 미국이 지난 4월부터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기 시작한 10% 관세보다 높은 15% 수준으로, 일본 수출품에 부과되는 관세로는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며, 이는 당초 우려되던 25%보다는 낮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틀 잡힌 합의는 보복 관세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 내 인프라 프로젝트에 사용될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일본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 측이 프로젝트 선정과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로, 수익은 미국 납세자에게 90%, 일본 측에 10% 배분될 예정이다.
미국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반도체, 광물, 에너지 생산 등 국가안보 핵심 산업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며 호평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기금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에 악용될 수 있는 '슬러시 펀드(slush fund)'가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필리핀과의 무역 합의도 발표했으며, 인도네시아와의 협상 내용도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럽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논의 중인 미국과의 협정은 대부분의 EU 수출품에 대해 15%의 단일 기본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실질적으로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10% 일괄 관세는 과거 관세 위에 중첩되어 부과된 반면, 이번 15%는 별도 기본 관세로 설정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문에 있어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25%에서 15%로 인하될 수 있으나, 철강 및 알루미늄에는 여전히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항공기 등 일부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과의 협정을 발표하며, EU에도 동일한 조건의 협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EU가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낮은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EU는 이전까지 10% 기본관세 및 일부 면제 조건으로 미국과 잠정 합의를 진행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성 서한을 공개한 뒤 협상은 경색됐다. 이에 EU는 미국산 수입품 1,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보복관세를 승인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 조치는 8월 7일 이전에는 발효되지 않을 예정이다.
국제경제 전문가인 프린스턴대 진 M. 그로스먼 교수는 "15%는 엄청난 수준의 관세다. 이것이 새로운 글로벌 표준이 된다면, 우리는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드는 세계에서 살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무역정책은 전통적 자유무역에서 탈피해 고정관세 체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무역의 틀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관세율 자체는 다소 낮아졌지만, 이에 따른 비용 상승과 정치적 갈등은 향후에도 세계 경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