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5 06:34 AM

트럼프 관세, 외국도 소비자도 아닌 '미국 기업'이 부담 중

By 전재희

美 정부, 올해 관세 수입 550억 달러 추가...기업들 수익성 압박 가중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새로운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작 관세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주체는 외국 정부도, 미국 소비자도 아닌 미국 기업들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해 미국 정부가 추가로 징수한 관세는 약 **550억 달러(약 74조 원)**에 달한다. 이는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의 관세율이다. 관세는 통상 상품이 미국 항만에 도착할 때 수입업자가 납부한다. 이들은 제조업체, 유통·통관업체, 때로는 소매업체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궁극적인 관세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에 주목해왔다. 외국 공급업체가 가격을 인하해 부담을 나눌 것인지,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감수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 내 기업들이 그 중간에서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측이 이어져 왔다.

결론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GM(제너럴 모터스), 나이키, 중소 소매업체 등 미국 기업들이 대부분의 관세 비용을 감당하고 있으며, 가격 인상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순간 시장 점유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가격 인상 예고...인플레이션 조짐도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은 이제 일부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장난감, 가구, 의류 등의 가격이 소폭 상승했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 5월(2.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일부 기업들은 관세 부과 이전에 재고를 쌓아두거나, 구매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GM은 2분기에만 자동차 수입 관련 관세로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CEO 메리 바라(Mary Barra)는 아직 전면적인 가격 인상은 없었지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2분기 수익에서 관세로 인해 3억5천만 달러가 삭감됐다고 보고했다.
  • RTX(舊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와 해즈브로(Hasbro)도 관세로 인해 수익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즈브로는 올해 관세로 인한 연간 비용이 6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 공급업체 가격 인하? 아직 미미

중국산 제품에는 현재 3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일부 공급업체가 가격을 낮추는 조짐도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외국이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약속과는 거리가 있다.

  •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 등 외국 공급업체는 약 20% 수준의 가격 인하를 통해 관세 부담을 분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러나 수입물가지수는 관세 전 기준으로도 최근 몇 달간 거의 변화가 없어, 전반적인 가격 인하 흐름은 미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 현실화 조짐

  • 월마트(Walmart)는 이미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여름철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예컨대 중남미산 바나나 가격은 파운드당 50센트에서 54센트로 인상됐다.
  • 월마트는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고가 수입제품(예: 바비큐 그릴)의 재고를 줄이고, 구매를 억제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월마트 매장

(월마트 매장. 자료화면)

반면, 대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가격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월마트가 가격 인상을 언급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와 중국이 관세를 감당해야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홈디포(Home Depot), 타겟(Target) 등 다른 대형 소매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업체의 고통: "장미꽃 하나에 2달러"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더욱 크다.

  •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인근 플로리스트 샤이 루세로(Shayai Lucero)는 남미산 장미 1송이 가격이 1.15에서 2.15달러로 뛰면서, 12송이 꽃병 가격을 60달러에서 69달러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중국산 화환과 장식용품도 큰 폭으로 올라, 심장 모양 화환이 24달러에서 38달러로 급등했다.
  • 그녀는 "6달러 남기고 만든 장례식 꽃장식이 이전에는 30달러의 이익을 줬다"며 관세로 인한 수익 감소를 토로했다.

루세로는 가격 인상이 고객 이탈로 이어질까 우려하며, 고가 제품 라인업 축소와 지역사회에 꽃병 기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신발·의류 업계도 인상 대기

  • 미국 신발유통협회(FDRA) 대표 맷 프리스트(Matt Priest)는 "지금까지는 브랜드와 유통업체가 대부분 비용을 감당해왔지만, 그 여력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발의 99%가 수입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