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0 07:36 AM

트럼프 압박 속 연준 내부 분열 조짐... 30년 만에 다중 반대 가능성

By 전재희

월러·보우먼 연준 이사, 금리 인하 지지하며 이례적 이견 표출 예고

이번 주 열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회의에서 30년 만에 복수의 이사 반대(dissent)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일관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동료들과 함께 금리 동결 및 신중한 관망 기조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월러 및 미셸 보우먼 이사-두 사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는 금리 인하를 지지하며 반대 투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자료화면)

이번 이탈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 파월 의장을 향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트럼프는 최근 연준을 기습 방문하거나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파월을 비판하며,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경쟁 속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종료된다.

연준의 정책회의에서 이사 두 명 이상이 반대한 사례는 1993년 이후 처음이 될 수 있다. 그간 열린 259차례 회의 동안 이러한 사례는 없었다.

연준의 금리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대통령 지명으로 구성된 7명의 이사와, 12개 지역 연방은행 총재 중 매년 교체 투표권을 가진 5명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이견은 지역 연은 총재들에게서 나왔으며, 이사들의 이견은 드물었다.

1980년대에는 레이건 정부가 당시 의장 폴 볼커를 견제하기 위해 보수적 이사들을 다수 임명하며 이사 반대가 흔했지만, 1990년대 이후 연준은 합의 중심 문화로 전환됐다. 트럼프의 영향력은 이러한 문화에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다.

보우먼 이사는 지난해 9월, 19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 반대에 나서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금리를 5.3%에서 0.5%포인트 인하하자는 결정에 반대하며, 기저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과도한 수요 자극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11월과 12월 회의에서는 0.25%포인트 인하에는 찬성한 바 있다.

월러 이사는 올해 3월, 연준의 자산 축소 속도 조절에 반대하며 첫 이견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노동시장 과열 우려는 과장됐으며, 관세로 인한 일시적 물가 상승에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월러는 또한 파월 후임 의장직에 관심을 내비쳐온 인물로, 이번 반대가 자신의 후보로서 입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반대 의견이 항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에 나선 인사는 회의 후 성명서 작성이나 정책 방향 조율 과정에서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반대를 정치적 쇼로 치부하지 말고, 정책적 논거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월의 전 부의장이던 리처드 클래리다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거가 충분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 전 고문 윌리엄 잉글리시는 "파월 의장은 합의 이끌기에 능하지만, 이번 회의는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며 "결국 지난 회의 때와 유사한 메시지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