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30 10:59 PM

파월 "경제의 진짜 모습, 향후 두 달 안에 드러날 것" - 금리 인하 여부는 9월로 유보

By 전재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30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9월 회의에서 어떤 결정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정책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지금 미국 경제가 두 가지 전혀 다른 시나리오 중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월 연준의장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자료화면)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도, 인상도 명확히 언급하지 않은 채 "아직은 이른 시점"이라며 관망을 택했다. 향후 두 달 동안 경제 지표를 지켜보겠다는 연준의 접근은 양측 리스크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완만한 둔화 속에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를 동시에 달성한 '연착륙' 궤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관세 충격이 물가를 자극하고 성장을 저해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개의 경제 시나리오

파월 의장이 마주한 첫 번째 시나리오는 겉으로는 고용 호조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실질적인 둔화가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에선 4.1%의 낮은 실업률이 현실을 과장할 수 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타는 "구직 의향은 있지만 실직 상태인 사람이 평년보다 많고, 임금이 정체된 근로자도 많다"며 "노동시장 내부는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공유한다. 그는 "실업률 안정은 단순히 구인과 구직이 동시에 줄어드는 결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내 서비스 소비(호텔, 항공, 외식 등)는 3개월 연속 감소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비 둔화·주택시장 위축

소비자들도 선택적 소비를 줄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소비는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여행·외식 지출은 둔화되는 반면 보험, 임대료 등 필수 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주택투자가 줄고 있고, 매물 재고는 증가 중이다. 모기지 금리가 6.5%를 넘는 상황에서 구매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점점 줄고 있다는 신호다.

두 번째 시나리오: AI와 부의 축적이 방어막 될 수도

다만 이 같은 신호들을 '일시적 소음'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바클레이스의 아제이 라자댁샤 글로벌 리서치 회장은 "2022년 금리 급등, 2023년 지방은행 위기, 2025년 무역혼란까지 모두 넘긴 미국 경제는 예측을 계속해서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부의 증가가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고 본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 해도, 공화당의 세금 환급이나 소비지원책이 이어진다면 수요 측 압력이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관세 인상 효과는 7~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이 9월까지 인하를 망설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 클라우디오 이리고옌은 "관세 충격을 몇 달 안에 평가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며 "팬데믹도 처음엔 일시적이라 여겼지만 결국 1년 반이나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를 낮출 만큼 경제가 위기라면, 왜 주가는 오르고 있고 사모대출 시장은 활황인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금융시장의 활력을 근거로 금리 인하 필요성에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파월 의장은 마지막으로 "우리는 아직 초기 국면에 있다. 앞으로 지켜보고 배워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