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1 07:55 AM
By 전재희
미국 제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포드(Ford)가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포드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약 80%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내 제조량 기준으로는 어떤 자동차 회사보다도 많다. 하지만 최근 일본, 유럽연합(EU), 한국과의 무역협정 체결로 외국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새 협정들은 관세율을 15%로 설정했는데, 이는 지난봄부터 시행된 25% 자동차 수입 관세보다 낮은 수치다. 반면 포드는 자동차 부품과 알루미늄 등에 대해 여전히 고율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특히 포드는 업계 내 알루미늄 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하나로, 국내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하더라도 관세 부담분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CNBC 인터뷰에서 "포드의 상황은 특수하다"며, F-시리즈 픽업트럭이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국내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와의 협정을 통해 알루미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포드를 존경한다"고도 덧붙였다.
제조는 미국에서, 부품은 해외에서..."포드만 역차별"
포드는 대부분 차량을 미국 내에서 조립하지만, 부품은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번 무역협정으로 인해 해외에서 생산된 완성차나 부품의 미국 수입이 더 쉬워지자, 오히려 미국 내 생산 중심 전략을 고수한 포드만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버른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로에스카는 "이제 더 많은 완성차와 부품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며 "이런 환경에서 포드는 가장 불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드는 2분기 관세로만 8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GM은 11억 달러, 스텔란티스는 3억5천만 달러를 손실로 계산했다. 비교적 북미 내 조달망이 탄탄한 테슬라도 2억 달러의 관세 비용을 보고했다.
포드는 경쟁사인 도요타(일본), 폭스바겐(독일), GM(한국 생산 쉐보레·뷰익 등) 등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고 주장한다. "15%의 관세는 외국 기업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옮기게 만들기엔 너무 낮은 수치"라며, "일본과 한국은 인건비, 원자재, 환율 등에서 이미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드는 미국에서 주로 생산하고, GM은 한국 등 해외 생산 비중이 높다. 이번 협정으로 한국산 수입차 관세가 15%로 설정되자, GM은 올해 약 10억 달러의 관세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포드는 여전히 다수 부품과 원자재에 대해 25~50%의 관세를 물고 있다.
포드는 자사 SUV인 포드 이스케이프(Ford Escape)의 생산단가가 일본에서 제조된 도요타 RAV4보다 약 5천 달러 비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생산단가 차이는 시장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사 연합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UAW는 "미국 무역 정책은 미국 내 숙련된 노조 노동자와 함께 차량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단일 15% 관세는 그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포드는 현재 백악관과 거의 매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짐 팔리 CEO는 "우리는 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이며, 가장 많은 UAW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행정부에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드를 포함한 미국 자동차업계는 멕시코와의 새로운 무역협정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유지한 채 협상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이번 사태는 'Made in America' 전략이 무조건 보호받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글로벌 공급망에 기반한 현대 자동차 산업에서, 미국 내 생산을 고집하는 기업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복잡한 현실이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