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2 08:46 AM
By 전재희
실리콘밸리서 천문학적 연봉도 거절하는 AI 인재들, 그 이면의 충성심과 리더십
실리콘밸리의 거물 마크 저커버그가 생성형 인공지능(G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최근 그는 오픈AI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Mira Murati)가 세운 스타트업 'Thinking Machines Lab'을 인수하려 했다. 무라티가 이를 거절하자, 이번엔 직원 영입에 나섰다. 그중 핵심 타깃은 공동 창업자인 앤드루 툴럭(Andrew Tulloch)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툴럭에게 제시된 조건은 놀라웠다. 메타 주식의 폭발적 성과에 따른 보너스를 포함해 향후 6년간 최대 15억 달러(약 2조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초대형 패키지. 그러나 툴럭은 단칼에 거절했다. 그의 동료들 또한 한 명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메타 대변인 앤디 스톤은 "해당 보도 내용은 부정확하고 터무니없다"며 "보상 규모는 어디까지나 주가 상승에 따른 가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메타가 Thinking Machines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억대 연봉을 거절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AI 인재 전쟁이 격화되면서, 돈만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스타급 엔지니어들이 연봉을 따라 이직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이 존경하는 리더와의 신뢰, 사명의식, 그리고 팀의 문화에 더 큰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 각 AI 스타트업의 독특한 조직 문화는 구성원들을 서로 끈끈하게 묶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한편 기업들은 연쇄 스카우트에 맞서 인재 보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충성의 아이콘, 오픈AI와 그 자매들
무라티는 오픈AI에서 6년간 CTO로 근무하며 ChatGPT의 초창기 제품을 이끌었다. 작년 9월 회사를 떠나 Thinking Machines를 창업했고, 창업 당시 오픈AI에서만 20명 넘는 동료들이 그녀를 따라 나섰다. 공동창업자인 존 슐만(John Schulman)도 그중 하나였다. 슐만은 ChatGPT의 핵심 개발자이자, 일시적으로 앤스로픽(Anthropic)으로 옮겼다가 다시 합류한 인물이다.
무라티는 오픈AI 시절부터 감정 지능과 겸손함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연구진의 깊은 신뢰를 얻었다. 그녀가 만든 Thinking Machines 역시 벨 연구소에서 영감을 받은 수평적 조직 문화를 따르고 있다. 시니어 연구원도 단지 "기술 직원(Technical Staff)"으로 불릴 뿐이다.
Thinking Machines가 정확히 무엇을 개발 중인지조차 외부에는 베일에 싸여 있다. 심지어 투자자들조차 구체적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무라티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으며, 향후 몇 달 내 첫 제품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의 조용한 구역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막대한 자본 vs. 사명의식
메타는 이미 오픈AI 인재 100명 이상에게 접근했고, 최소 10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7월 25일에 합류한 셩자오 자오(Shengjia Zhao)로, 그는 오픈AI에서 3년간 일한 후 메타의 초지능팀 수장을 맡게 됐다.
그러나 많은 오픈AI 연구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은 오픈AI가 인공지능 일반화(AGI)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믿고 있으며, 대형 광고 플랫폼보다는 소규모 연구 조직에서의 의미 있는 개발을 더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비슷하게, 앤스로픽(Anthropic)도 메타의 손길을 거의 피해간 대표적 사례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전 연구 책임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가 주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오픈AI 출신 공동창업자 7명 모두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대다수가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라는 철학 운동을 통해 만난 이들로, 인공지능의 잠재적 파괴성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진 그룹이다. 일찍이 샌프란시스코의 쉐어하우스에서 공동 생활하며 인류를 위한 최선의 기부 방식과 AI의 위험성을 토론하던 사이였다.
포치를 피하는 비결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는 아예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전략적 조직 구조를 세웠다. 그가 세운 스타트업 'Safe Superintelligence(SSI)'는 오픈AI 출신 대규모 영입 대신, 외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LinkedIn에도 SSI 소속을 공개하지 않도록 권유받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의 스카우트 시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저커버그는 SSI 인수도 시도했지만 수츠케버에게 거절당했다.
천재도 거절하는 이유
툴럭은 메타와 가장 긴밀히 접촉했던 인물이다. 메타의 AI 슈퍼인텔리전스 책임자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과 저커버그는 집요하게 메시지를 보내며 그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툴럭은 흔들리지 않았다.
호주 출신인 그는 시드니대학교에서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고, 케임브리지 대학원 재학 후 메타의 AI 리서치 그룹에서 핵심 엔지니어로 활약했다. 메타 내부에서도 "천재 중의 천재"로 불렸던 인물이다.
사실 2016년에도 오픈AI의 그렉 브록먼은 툴럭을 영입하려 했다. 당시 페이스북에서 연 80만 달러를 받던 그는 오픈AI의 17만 5천 달러 연봉과 12만 5천 달러 보너스 제안을 두고 "큰 폭의 연봉 삭감"을 우려하며 거절했다.
결국 그는 7년 후인 2023년에야 오픈AI에 합류했다. 그때는 ChatGPT가 이미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오픈AI의 기업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