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3 10:32 PM
By 전재희
중국이 희귀광물을 포함한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방위산업체들이 무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부품 공급 지연과 원가 폭등에 직면했으며, 중국산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국방망의 취약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귀광물의 약 90%를 공급하고 있으며, 항공기, 미사일, 야간 투시경, 위성 등 국방 핵심 장비에 필수적인 광물의 생산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수출을 더욱 엄격히 통제하며, 방산 목적의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군 공급업체는 드론 부품용 자석을 확보하지 못해 납품이 최대 두 달가량 지연되었으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광물의 가격은 이전 대비 다섯 배 이상, 심지어는 60배까지 치솟은 사례도 있다. 예컨대 고온에서도 견디는 전투기용 자석에 사용되는 사마륨(samarium)은 기존의 60배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러한 자원 압박은 중국이 미 국방망의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무역 이슈를 넘어 전략적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희귀광물 및 자석 수출 신청에 대해 사용 목적, 제품 사진, 심지어 생산라인 이미지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국 국방 관련 기업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공급이 차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예로, 뉴햄프셔의 드론 모터 제조사 ePropelled는 중국 공급사로부터 제품 도면과 고객 리스트 제출 요구를 받았고, 이를 거부한 결과 자석 공급이 중단돼 납품이 두 배 이상 지연됐다.
방산 기업들은 중국 외 공급처 확보에 나섰지만, 대다수 핵심 광물은 서방에서 경제성 있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수개월분의 재고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드론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27년까지 중국산 희귀자석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방침을 정했으나, 실제 생산 기반 확보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방부는 2024년부터 희귀금속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업체에 1,400만 달러를 지원해 위성용 게르마늄 생산을 장려했으며, 7월에는 미 MP머티리얼스(MP Materials)의 지분 15%를 확보하기 위해 4억 달러를 투자했다. 해당 기업은 미 대륙 내 최대 희귀광물 광산을 운영하며 자석 생산 설비를 확대 중이다.
중국은 자국을 경유하는 물류까지 통제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안티모니(antimony) 광물 공급업체가 호주에서 채굴한 물량을 멕시코 제련소로 보내려 했으나, 중국 닝보항에서 환적 중 세관에 3개월간 억류됐다. 결국 해당 광물은 호주로 반송되었으며, 봉인까지 훼손된 상태로 돌아와 오염 여부를 조사 중이다.
미국 방산 분야 무기 시스템에 사용되는 8만 개 이상의 부품이 중국의 통제 하에 있는 핵심 광물로 제조되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공급망 분석업체 고비니(Govini)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사용하는 주요 광물 대부분은 최소 한 곳 이상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주요 방산업체들까지 공급망 확보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아예 자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