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4 07:22 AM
By 전재희
CEO 잔류 유도 위한 '선의의 지급'... 법원 판결 따라 최종 결정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최대 **240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하는 주식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는 머스크가 향후 2년간 CEO 또는 제품·운영을 총괄하는 임원 직함으로 남아 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조건부 보상으로, 회사는 이를 '선의의 1차 지급'이라고 설명했다.

이 보상안은 총 9,600만 주의 신주 보상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7년까지 조건이 충족되면 취득 가능하다. 그러나 테슬라가 머스크의 2018년 수당 패키지를 복구하는 법적 다툼에서 승소할 경우, 이번 보상안은 무효화된다.
머스크는 당시 500억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은 바 있으나, 델라웨어 형평법원(Chancery Court)은 이를 무효로 판결했고 현재 그 결정은 델라웨어 대법원에 항소 중이다.
테슬라는 이번 보상안을 "머스크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집중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5월 카타르 경제포럼에서 "테슬라가 수백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는 미래를 대비해,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을 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테슬라의 미래를 책임질 최소한의 지분 통제권 문제"라고 밝혔다.
델라웨어 법원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머스크의 2018년 보상안을 "이사회와 머스크 간 유착 등으로 인해 절차상 중대한 결함이 있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머스크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새로운 보상안을 추진해 왔다.
이번 주식 보상은 단순한 무상지급이 아니다. 머스크는 취득 조건이 충족되면, 주당 23.34달러의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이는 그가 문제의 2018년 스톡옵션에서 지불하기로 했던 행사 가격과 동일하다. 또, 머스크는 해당 주식을 2030년 8월까지 보유해야 하며,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중도 매각도 제한된다.
테슬라 주가는 이번 발표 이후 2.4% 상승해 309.95달러를 기록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9,7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머스크는 2024년 말 기준으로 테슬라의 지분 약 20%를 보유 중이다.
이사회는 이번 주식 보상의 가치를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 약 237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사회 특별위원회 소속 로빈 덴홈과 캐슬린 윌슨-톰슨 이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보상안이 머스크가 테슬라에 계속 전념하도록 유도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상안은 시작일 뿐이라는 게 테슬라의 설명이다. 이사회는 주주 서한에서 "장기적인 CEO 보상 전략 마련을 위한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오는 11월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를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머스크가 스페이스X, xAI 등 여러 회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머스크를 잃는다는 건 그의 역량뿐 아니라 인재 영입과 유지라는 측면에서도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테슬라는 2018년 보상안이 기업가치에 미친 영향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2.3억 달러 규모의 스톡보상 회계비용이 발생했지만,
7,350억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 상승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이번 보상안에 대해 회계상 보상비용을 현재는 인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분기마다 재검토해 향후 조건 충족이 '가능성 높다'로 판단될 경우, 비용을 인식하게 된다.
이번 보상안은 조건부로 설정되어 있지만, 승인 시점 기준으로 미국 상장기업 CEO 보상 중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꼽힌다.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실제 보상의 가치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