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5 07:19 AM
By 전재희
전문가들 "미·인도 무역협정 체결 시 트럼프는 물러설 것" 전망
인도가 미국의 거듭된 압박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인도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지만, 모디 정부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 인도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25%의 관세를 예고했고, 이어 이번 주 월요일에는 기존 관세에 추가로 '상당한 수준의 관세 인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의 대러 경제협력에 대해 "벌칙(penalty)"을 부과하겠다고도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모디 총리가 트럼프가 결국 미·인도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관세 압박을 철회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현재 인도와 진행 중인 무역협상에서 러시아 문제를 단기적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을 뿐, 협정이 타결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도는 고개 숙이지 않는다"
오랜 기간 미국은 인도의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묵인해 왔다.
이는 인도가 중국 견제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오피 진달 글로벌 대학교 국제관계학부 학장 스리람 차울리아(Sreeram Chaulia)는 "이번 사안이 양국의 전반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인도 내에 확산돼 있다"며, "우리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러시아 원유, 인도 경제의 '가격 안정 장치'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인도는 할인된 가격의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 수입했다.2024년 말 기준, 인도는 러시아 석유 수출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 중국(약 5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전쟁 이전까지 인도는 주로 중동 지역에서 석유를 수입해왔다.
인도 외무부는 월요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존 중동 공급선이 유럽으로 전환됨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미국과 EU는 러시아와의 거래를 유지하면서도 인도에는 비난을 가하고 있다"며 "이중잣대이며 부당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독자적 외교노선 강조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중립차울리아 학장은 "인도는 대국의 압박에 직면할 때마다 외교적 자율성을 지켜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주말에는 모디 총리가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이 시기에, 모든 국가는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면서,"우리는 인도의 땀으로 만든 제품만 사고팔아 인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
인도는 투자로 우회 가능성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모스크바와 거래하는 국가들에 대해 무차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는 일요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득을 챙기면서 러시아 전쟁자금을 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인도는 우리 제품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우리를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부른다"며 보호무역적 태도도 함께 비판했다.
현재 미·인도 무역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은 미국 농산물과 유제품의 인도 시장 진출 문제다. 인도 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모디 정부가 쉽게 양보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전문가들은 인도가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국 내 승리로 포장할 수 있는 전략적 출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