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5 07:35 AM

스위스 대통령, '39% 트럼프 관세' 막기 위해 긴급 방미

By 전재희

충격적인 관세 조치에 수출 의존형 경제 비상
"우방도 예외 없는 트럼프식 거래 외교" 상징적 장면


스위스 대통령 카린 켈러-주터(Karin Keller-Sutter)가 자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 산업을 위협하는 트럼프발 39% 관세를 피하기 위해 긴급 방미했다.

스위스 정부는 이 관세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율 관세"라고 규정했다.스위스는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국 간 호혜적 협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관세를 발표하며 협상이 좌초됐다.

이에 따라 켈러-주터 대통령은 화요일 워싱턴으로 향했고, 스위스 정부는 "관세 상황 개선을 위한 미국 당국과의 단기 회담 조율"이 방문 목적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카린 켈러 대통령

(스위스 카린 캘러-주터 대통령. 위키)

이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의 '적자 우선' 통상전략 하에서, 전통적 동맹국조차도 예외 없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 측 우려는 '무역 불균형'... 스위스, 투자·LNG 구매로 해법 모색

켈러-주터 대통령은 경제장관 가이 파르멜랭(Guy Parmelin)과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 우려를 반영한 '보다 매력적인 제안'을 들고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가 문제 삼은 핵심은 2025년 1~5월 기준 스위스의 대미 무역흑자 500억 달러로, 그는 이를 두고 "엄청난 적자"라고 표현했다.스위스는 이에 대해 "불공정 무역 관행의 결과가 아니라, 자국의 수출 구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반박했다.

스위스 정부는 이미 2024년 1월 1일부터 산업재에 대한 모든 수입관세를 일방적으로 철폐해, 미국산 제품의 99% 이상이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또한 스위스는 미국의 6번째 외국인 투자국으로, 네슬레, 로슈, 노바티스 등 자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 내 약 40만 개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국 대비 심각한 관세 차이... 스위스 경제 타격 우려

트럼프가 예고한 39% 관세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스위스는 이미 미국과 15% 수준의 관세 합의를 이룬 EU와 일본, 한국, 10%로 낮춘 영국에 비해 수출 경쟁력에서 치명적인 열세에 놓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스위스가 EU와 마찬가지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확대 및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약속을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U는 지난달 미국산 에너지 제품 7,500억 달러어치 구매 및 6,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합의를 끌어냈다.스위스는 기존 협상에서 미국 내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포함한 패키지를 제안하며, EU보다 유리한 조건의 협상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와의 전화통화 이후 협상 결렬이 공식화됐다.

UBS "결국 15%로 타결될 가능성 높아"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주식 수석인 울리케 호프만-부르차르디(Ulrike Hoffmann-Burchardi)는 투자자 메모에서"기본 시나리오는 양국이 15% 수준에서 협상 타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라면서도,"만약 39% 관세가 고착된다면, 스위스 경제에는 실질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