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6 12:02 AM
By 전재희
바이든 지명자 조기 사임... 파월 의장 견제할 인선 카드 손에 쥔 대통령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를 자신의 의지에 맞게 재편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체스판'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준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가 임기를 6개월 남겨두고 이번 주 금요일 전격 사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앞서 새로운 인사를 연준 이사회에 앉힐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이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투입할 기회를 의미한다.
또한 트럼프는 이 인선을 통해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삼을 인물을 미리 포석하는 전략도 구사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이 차기 의장 후보에게 집중되면 파월 의장의 입지가 자연스럽게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내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쿠글러의 남은 임기만 채울 인물을 지명할지, 아니면 차기 의장으로 낙점한 인물을 조기 투입할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정책자문업체 비컨 폴리시 어드바이저스(Stephen Myrow) 대표는 "파월을 향한 불만을 표출하느라 시간을 쓰는 대신, 이제는 후임 구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쿠글러 이사는 구체적인 사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연준 측은 그녀가 워싱턴 D.C.의 조지타운대로 복귀할 예정이라고만 전했다. 그녀는 금리 동결 기조를 지지해온 인사로, 트럼프의 통화정책과는 거리를 둬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쿠글러의 후임자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삼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현 연준 이사 중 트럼프 임기 내에 임기가 종료되는 인물은 없기 때문에, 이번이 의장 후계자를 조기에 포석할 사실상 유일한 기회로 평가된다.
파이퍼 샌들러의 정책 리서치 책임자 앤디 라페리에르는 "연준 의장은 연준 이사 중에서만 지명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차기 의장을 외부 인사로 삼고자 한다면, 이번이 그 기회"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주요 언론 인사들과도 의견을 나누고 있다. 폭스뉴스의 션 해너티, 뉴스맥스 CEO 크리스 러디,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브 배넌 등이 그 대상이다.
해너티와 러디는 트럼프에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센트는 TV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의 정책을 강하게 옹호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 인터뷰에서 베센트에 대해 "그는 현재 직에 남고 싶어 한다"며 연준 의장 후보군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배넌은 트럼프가 지난 임기 때 지명했지만 상원 인준에서 고배를 마셨던 주디 셸턴 전 백악관 경제보좌관을 재지명하라고 강하게 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팟캐스트 '워룸'을 통해 공개적으로 셸턴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유력한 의장 후보로는 케빈 해싯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꼽힌다. 트럼프는 "네 명의 최종 후보군 중 해싯과 워시가 있다"고 밝혔다.
해싯은 충성도와 상원 인준 가능성 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카드로 평가된다. 트럼프에 충성하면서도 의회 인준에서 큰 무리를 빚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워시는 8년 전 파월 의장 임명 당시에도 유력 후보였으며, 최근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과거에는 오히려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인사다.
한편, 내부 인사로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거론된다. 그는 트럼프가 직접 지명한 인물로, 최근 금리 동결 결정에도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베센트 재무장관과도 최근 의장직 관련 인터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연준 의장 유력주자로 낙점되는 인물은 곧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견제하는 한편,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부응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충성은 연준 내부에서의 신뢰와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과도한 정치적 편향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같은 unpopular한 결정에서 이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게 만든다.
파이퍼 샌들러의 라페리에르는 "트럼프가 누구를 지명하든, 시장은 그 인물을 '정치적 상품'으로 볼 것"이라며 "향후 금리 결정에서 중대한 갈림길이 닥쳤을 때, 연준의 독립성과 신뢰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원은 9월까지 휴회 중이라, 새 이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은 가을 이후로 밀릴 전망이다. 쿠글러의 잔여 임기는 2026년 1월 31일까지지만, 정식 후임자가 인준되기 전까지는 새 지명자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