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7 06:09 AM
By 전재희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신규 관세 조치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백악관을 상대로 관세 면제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목요일부터 발효된 이 관세 조치는 미국 시장의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기존에 체결된 무역 합의들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추가적인 유예와 면제를 확보하기 위해 백악관과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은 모두 미국과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나, 실제로는 자국의 핵심 수출 산업에 대한 관세 완화를 놓고 미국 측과 물밑 협상을 지속 중이다. 현재까지 브라질산 오렌지 주스, 칠레산 구리 등 수십 가지 품목이 예외로 인정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수) 소셜미디어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가 이제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히며, 일부 품목의 관세를 즉각 상향 조정했다. 예컨대, 수입 반도체에 대해 100%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부과되지만, 애플과 같이 미국 내 제조에 투자한 기업은 예외를 적용받는다. 반면, 제약 산업에 대한 추가 관세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관세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고용, 물가 등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기존 25%에 더해 추가로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국가별 관세에는 예외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소비자 전자제품을 비롯해 에너지, 금괴, 일부 광물은 중국과 아시아산 제품이라 해도 관세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철강, 알루미늄, 의약품, 구리 등 일부 품목은 다른 관세 명령에 따라 중복 적용이 되지 않도록 조정되었다.
브라질과의 무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수입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명령했지만, 항공기, 금속, 연료, 오렌지 주스 등 주요 수출품목은 면제 대상에 포함되었다. 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총 694개 품목이 면제되었으며 이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브라질산 제품 423억 달러 중 약 43%에 해당한다.
칠레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정제 구리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공급국으로, 50% 관세 면제를 받아냈다.
EU는 미국과 정치적 합의에 따라 대다수 수입품에 대해 15%의 기본 관세를 수용하되, 항공기 및 부품 등 전략 품목은 면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EU는 화학제품, 제네릭 의약품, 와인 및 주류 등 추가 면제를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기업 차원의 로비도 활발하다. 폭스바겐 CEO 올리버 블루메는 다국적 투자를 조건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며, BMW는 미국 내 생산품에 대해 수출환급제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역시 무역 합의를 체결한 뒤에도 재협상을 준비 중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향후 협상 지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류세이 아카자와 수석 협상관은 직접 미국을 방문해 자동차 관세 인하 시점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한편, 캄보디아는 의류, 신발, 가방 등 주요 수출 품목에 적용된 19% 관세에 대한 예외를 추진하고 있으며, 손 찬톨 부총리는 "다른 국가들도 모두 예외를 요청하고 있다"며 미국 측 협상팀의 어려움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