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1 06:44 AM

미국 기업, 올해 자사주 매입 사상 최대 전망...1.1조 달러 돌파 예상

By 전재희

애플·구글 모회사·대형 은행 주도...AI 호황과 세금 감면이 동력

미국 기업들이 2025년 자사주를 사들이는 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적 호조와 세금 감면이 기업 자금을 넉넉하게 만들었고, 이는 미국 증시 랠리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비리니 어소시에이츠(Birinyi Associates)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총 9,836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이는 1982년 이후 집계 기준 연초 최고 기록이다.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1천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증권거래소 NYSE
(뉴욕 증권거래소. 자료화면)

가장 적극적인 매입 기업은 애플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들도 매입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견조한 실적과 세제 혜택이 기업 재무를 강화하는 한편, 4월 관세 여파로 주춤했던 증시를 다시 끌어올리며 S&P500과 나스닥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반면, 불확실한 무역 환경 속에서 설비투자 등 장기 투자 계획이 지연되면서, 유입된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제프리 예일 루빈 사장은 "언론 보도보다 상황이 훨씬 좋다"며 "기업들은 현금이 풍부하고, 실적이 개선되기 전부터도 재무 상태가 건전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어 기업과 투자자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고평가된 시장에서 매입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 자사주 매입이 공장 투자나 배당 확대 등 장기적 가치 창출보다 단기 주가 관리에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7월에는 기업들이 1,656억 달러 규모의 매입을 발표하며 2006년 7월 기록(877억 달러)을 두 배 가까이 경신했다. S&P 다우존스 지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P500 기업들은 2,935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은 특히 상위 20개 대기업에 집중돼 있으며, 전체 매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AI 열풍의 수혜를 입은 빅테크 기업들이 현금 보유액을 기반으로 대규모 매입을 단행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5월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알파벳은 700억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미국 대형 은행들도 적극적이다. JP모건체이스는 500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00억 달러, 모건스탠리는 200억 달러 규모의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비와 대출 활동이 아직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기업 이익이 압박을 받을 경우 매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았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6월 말 기준 3,440억 달러로 사상 최대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매년 CEO 서한에서 자사주 매입이 단기 수익을 줄 수 있지만, 장기 성장 투자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매입 열풍이 탄탄한 실적과 맞물려 당분간 증시 랠리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2분기 실적을 발표한 91% 중 8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로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피츠패트릭 전무는 "이는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