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 07:06 AM
By 전재희
에너지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 안정에 기여... 금리 인하 가능성 여전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7%를 기록하며 6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2.8%를 소폭 하회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12개월 기준 3.1% 상승해, 예상치였던 3.0%를 웃돌았다. 근원 지표는 물가의 기조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핵심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 억제에 기여했으며, 이번 결과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 압력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은 점이 노동시장 둔화 우려 속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결정에 걸림돌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연준은 대규모 관세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으나, 현재까지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압력이 완화된 모습이다. 다만 일부 관세 영향을 받는 품목에서는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가구는 전월 대비 0.9%, 타이어 1%, 반려동물 용품 0.5% 올랐다.
관세 부과 6개월 만인 지난 6월부터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가정용품, 의류, 장난감 등에서 가격 인상이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펀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막 관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효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의 앨런 데트마이스터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민 노동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에서 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조경, 세탁, 미용실 등 가사·개인 서비스 업종이 대표적이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달 초 발표된 부진한 고용지표를 근거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스티븐 주노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언제 내릴지를 모두 고민하고 있으며, 물가가 여전히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말했다.
소비자 심리는 다소 개선됐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7월 들어 2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대선 직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마스터카드의 미셸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물가 상승은 가전제품, 타이어 등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지 않는 품목에 집중돼 있다"며 "새 차·중고차, 항공권 등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해 체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