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 07:45 AM

AI 확산에 다시 돌아온 '대면 면접'... 지원자 부정행위·디지털 사기 대응

By 전재희

구글·시스코·맥킨지 등, AI 활용 면접 부정과 신원 사기 차단 위해 현장 면접 비중 확대

2025년 8월 12일 - 인공지능(AI)이 채용 과정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구식처럼 보였던 '대면 면접'을 다시 채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는 원격·화상 면접에서 지원자가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하거나, 심지어는 신원 사기를 벌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 근무 확산과 채용 속도 향상을 위해 화상 면접이 표준이 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일부 지원자들은 기술 면접에서 화면 밖에서 AI 도구를 활용해 정답을 받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 드물게는 AI 기반 신원 위조로 타인의 모습을 가장해 채용 후 기업 데이터를 빼돌리거나 급여를 가로채는 경우도 보고됐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확대가 고용의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자료화면)

이에 따라 시스코(Cisco), 맥킨지(McKinsey) 등은 채용 과정 일부에 반드시 대면 면접을 포함시키고 있으며, 구글(Google)도 올해 일부 직무에 대면 면접을 부활시켰다. 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원자의 기본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최소 한 차례는 대면 면접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실시간 코딩 테스트가 포함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프로그래밍 직무에서 AI 부정행위 우려가 크다. 소규모 기술 기업의 경우 상당수가 원격 근무 형태여서, 면접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코다 서치/스태핑의 기술 채용 담당 매니징 디렉터 마이크 카일은 "올해 고객사의 30%가 대면 면접을 요청하고 있으며, 작년 5%에서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AI와 채용의 '무기 경쟁'
최근 몇 년간 채용 플랫폼은 수많은 온라인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해 자동화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대응해 구직자들은 AI를 활용해 맞춤형 자기소개서 작성, 대량 지원(로보 어플라이) 등으로 무장했다.

이 과정에서 딥페이크 영상·음성 등 고도화된 AI 기술이 등장해, 자격이 부족한 지원자가 부당한 이점을 얻거나, 범죄자가 신원을 도용해 채용되는 일이 가능해졌다. FBI는 최근 수천 명의 북한 IT 인력이 미국 기업의 원격 일자리를 속여 취득하고 급여를 수령한 사건을 경고했다.

올해 가트너(Gartner)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3,000명의 구직자 중 6%가 면접 부정행위(대리 면접 또는 신원 위조)에 가담했다고 답했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전 세계 구직자 프로필 4개 중 1개가 가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킨지는 1년 반 전부터 채용 과정에서 최소 한 번은 대면 면접을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는 지원자의 신뢰 구축 능력을 직접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 AI 기반 사기 증가로, 대면 면접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뭔가 수상한' 순간
AI·디지털 부정은 구직자와 기업 간 신뢰를 훼손하며, 최적의 후보자가 채용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뉴욕 기반 AI 모기지 대출사 토모(Tomo)의 인사 책임자 로사 바질룩은 "가짜 프로필이 실제 사람처럼 보이고 면접을 잘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영상 면접에서 화면 밖 속삭임, 타이핑, 응답 전 과도한 지연 등 부정 신호를 탐지하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 신원 확인·딥페이크 탐지 전문업체와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채용 소프트웨어 기업 그린하우스(Greenhouse)는 신원 인증 서비스 '클리어(Clear)'와 협력해 채용 플랫폼에서 지원자 인증을 가능하게 했다.

시스코도 생체인식 기반 신원 인증 전문업체와 협력 중이며, 대면 면접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일부 사기 지원자를 걸러낼 수 있다고 밝혔다. 켈리 존스 시스코 최고인사책임자는 "최종 단계에서 뭔가 수상하다고 느낀 경우, 대면 면접 제안을 하면 지원자가 갑자기 연락을 끊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