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3 07:56 AM

트럼프 인도 수입품 관세 인상,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제동

By 전재희

미국의 인도산 수입품 관세 인상이 기업들의 탈중국 생산 다변화 계획을 뒤흔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공세가 인도의 제조업 유치 전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핵심 대안지로 인도를 선택해왔다. 인도의 인구 규모, 미국과의 강화된 관계, 그리고 풍부한 엔지니어 인력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불만을 표하며 인도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이달 말까지 이를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현재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약 50%의 고율 관세와 같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계획 '올스톱'

실리콘밸리의 조리 로봇 제조사 포샤(Posha)는 중국에서 인도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 위해 수개월간 준비했으나, 이번 조치로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로힌 말호트라 CTO는 "지난 4~5개월간의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LG의 인도공장

(LG의 인도공장 모습)

애플은 10년 전부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이폰 생산의 일부를 인도로 이전했고, 2024년에는 전 세계 아이폰의 약 14%를 인도에서 생산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인상 움직임은 애플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전략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다만 애플 제품은 대부분 관세에서 면제됐다.

공급망 다변화, 다시 '원점'

공급망 컨설팅업체 라이즈 콜렉티브 컨설턴츠(Rise Collective Consultants)의 공동창업자 리즈 안다르시아는 일부 고객이 인도에서 파키스탄·터키로 생산지를 이전하는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기업은 향후 몇 주간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도 다르와드(Dharwad)에 제조시설을 구축 중인 세레니얼 테크놀로지(Serenial Technology) 역시 미국 고객사들의 발주 결정을 기다리며 발이 묶였다. 공동 소유주 르노 앙조랑은 "고객들이 중국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가격 인상 압박

실리콘밸리 유아용 침대 제조사 크래들와이즈(Cradlewise)의 라디카 파틸 CEO는 중국에서 베트남, 그리고 작년에는 인도로 생산지를 옮겼지만, 이번 관세 인상으로 미국 내 판매가를 약 200달러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50% 관세를 하루아침에 적용하는 것은 흡수하기 매우 어렵다"며 "미국 내 생산 이전은 높은 인건비와 부품 수입 관세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히 '중국 플러스 인도' 전략을 넘어, 기업들이 중국과 대안국 모두를 피하는 '차이나 플러스 제로(China+None of the Above)'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인도 관세를 완화할지 여부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