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4 06:41 AM

미국인 401(k), 주식 비중 사상 최고치

By 전재희

목표일 펀드조차 주식 비중 확대... 수익↑, 하락 시 손실 위험도↑

미국인의 은퇴자금이 점점 더 주식시장에 연동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띠르면, 거의 모든 연령대 근로자들이 401(k) 은퇴계좌에서 주식 비중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장기간의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스스로 주식 비중을 늘리거나, 자산운용사의 운용 전략에 따라 주식 편입 비중이 확대된 결과다.

401K

(미국 은퇴연금인 401K)

뱅가드그룹 조사에 따르면, 30대 후반 근로자는 지난해 401(k) 자산의 평균 88%를 주식에 투자해 10년 전(82%)보다 상승했다. 60대 초반 근로자의 주식 비중도 같은 기간 57%에서 60%로 올랐다.

퇴직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가는 목표일(Target-date) 펀드에서도 주식 비중이 확대됐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경력 초기 근로자의 목표일 펀드 평균 주식 비중은 92%로, 2014년 85%에서 상승했다.

이는 최근 상승장에서 효과를 봤지만, 전통적인 '주식 60%-채권 40%' 포트폴리오보다 하락장에 더 큰 손실을 안길 수 있다. 올해 S&P 500 지수는 현재까지 10% 상승하며 연중 17번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 흐름에 맞춰 주식 비중을 더욱 높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 제이슨 케파트는 "시장이 좋을 때는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지기 쉽다"며 "10년 약세장이었다면 주식 비중을 이렇게 늘리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현금보다 주식이 낫다"

주식의 역사적 평균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도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줄이진 않고 있다. 실리콘밸리 거주 아시시 바르가바(52)는 은퇴자금의 약 3분의 1을 주식시장에 전부 투자하고 있다. 그는 "중간~고위험도에 만족한다"며 "장기적으로 주식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1978년 세법 개정으로 401(k)가 도입된 이후, 미국인들은 주식시장에 연동되는 투자 문화를 형성했다. 장기적으로 주식은 채권을 능가하는 수익을 보여왔으며, 2022년 주가 급락 시에도 채권은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과거 경기 위기 때 연준이나 의회가 시장을 지지했던 경험은 고령 투자자들에게 회복에 대한 신뢰를 심어줬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가 대표적이다. 2008년 이후 투자 경험을 쌓은 젊은 투자자들도 '하락 시 매수' 전략으로 보상을 받아왔다.

401(k) 투자자 대부분은 시장이 출렁여도 급여에서 일정 비율을 꾸준히 적립했다고 모닝스타의 재닛 양 로어는 말했다.

목표일 펀드, 자동 가입자 주식 노출↑

대형 기업 401(k) 운용사 얼라이트 솔루션스에 따르면, 올해 투자자들은 봄철 조정장에도 전체 자산의 1.3%만 거래했다.

텍사스 댈러스의 은행원 제이슨 화이트(58)는 최근 강세장을 계기로 주식 비중을 과거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그는 "5~6년 전까지만 해도 60대40 비율을 유지했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은퇴계좌 포함 개인 투자금의 약 90%를 주식에 두고 있다.

목표일 펀드에서도 은퇴 5년 전 투자자의 평균 주식 비중은 올해 6월 55%로, 2020년 50%, 2014년 40%에서 상승했다.

뱅가드 전략적 은퇴 컨설팅 책임자 데이비드 스티넷은 "주식의 높은 장기 수익률 덕분에 많은 투자자들이 은퇴 저축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표일 펀드가 대중화되기 전인 2005년, 25세 미만 투자자의 평균 주식 비중은 57%에 불과했지만, 현재 401(k) 신규 납입금의 64%가 목표일 펀드로 흘러가고 있다.

신규 입사자들은 종종 자동 가입을 통해 목표일 펀드에 투자하며, 그 안의 주식 비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용사들, 주식 비중 상향 조정

티로프라이스(T. Rowe Price)와 누빈(Nuveen)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일부 연령대의 목표일 펀드 주식 비중을 높였다. 티로프라이스는 2022년, 가장 젊은 투자자의 주식 비중을 98%로 올리며 "노후 자금 고갈 위험 방지"를 이유로 들었다.

블랙록은 2024년, 직장 경력 전반에 걸쳐 주식 노출을 높인 '라이프패스 인덱스 그로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개별 투자자 중에는 스스로 주식 100% 전략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댈러스 거주 은행원 에릭 에반스(44)는 401(k) 포함 모든 투자금을 주식에 두고 있으며, 한 은퇴계좌는 최근 5년간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는 "언젠가는 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