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5 08:26 AM

미 정부, 인텔 지분 인수 검토... 트럼프 'CEO 교체' 압박 속 반도체 전략 강화 포석

By 전재희

대통령, 中 연계 논란 탄 CEO 겨냥... 제조 리더십·정치적 입지 동시 확보 노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를 목표로, 인텔(Intel) 지분 인수 가능성을 두고 회사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협상은 초기 단계로,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성사될 경우 '미국 우선' 제조 정책을 진전시키는 동시에 CEO 리푸 탄(Lip-Bu Tan)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탄 CEO와의 회동에서 해당 방안을 직접 논의했다. 구체적인 구조와 조건은 아직 조율 중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 주가는 장중 7% 이상 상승했고, 시간외 거래에서도 추가 상승했다.

인텔

(인텔로고. 자료화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탄 CEO가 "중국 기술기업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며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탄은 벤처캐피털 '월든 인터내셔널(Walden International)'과 과거 CEO를 지낸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Cadence Design Systems)' 등을 통해 중국 기업들과 연계돼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을 대만 TSMC에 맞설 수 있는 미국 내 유일한 유력 업체로 보고 있다. 최근 기술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전 상무부 부비서실장을 지낸 짐 시크레토는 "현 행정부는 기술 산업에 대해 자신들이 가진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민간 기업에 직접 개입해 엔비디아(Nvidia)와 AMD로부터 중국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받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부여했고, 일본 신일철의 美 US스틸 인수 건에서는 '황금 주(golden share)'를 확보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부가 재정난에 처하지 않은 기업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윌리엄 바 당시 법무장관이 중국 화웨이 경쟁사 지분 인수를 제안했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을 지낸 미라 리카델은 "구조에 따라, 지분 인수는 규제나 보조금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인텔의 대중국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2분기 적자가 29억 달러로 확대됐으며, AI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 AMD, TSMC에 뒤처져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정부 자금 지원만으로는 노후화된 사업 모델과 AI 시장 부적합 제품 라인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탄 CEO는 이미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으로부터 중국과의 연계 의혹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케이던스는 탄 재임 기간 중 미국 수출 규제를 위반해 중국 국방대학에 소프트웨어 등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1억4천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 사퇴 요구가, 최근 대중 기술 수출 규제를 완화한 트럼프 행보에 불만을 표한 안보 중시 공화당 인사들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텔은 지난해 초 주가 하락과 경쟁력 부진 속에 팻 겔싱어 전 CEO를 해임하고, 3월 이사회 멤버였던 탄을 CEO로 임명했다. 그러나 오하이오 신규 공장은 수년째 지연돼 2022년 제정된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따른 80억 달러 지원금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월 인텔은 올해 말까지 전체 인력의 15%를 감축하고, 오하이오 공장 가동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