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8 10:40 PM

소프트뱅크, 인텔에 20억 달러 투자...美 정부도 10% 지분 매입 검토

By 전재희

트럼프 행정부, 반도체 자급화 위해 '국가적 개입' 카드 만지작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부진에 빠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20억 달러(약 2조7천억 원)를 투자한다. 이와 동시에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 지분 2% 확보...주가 시간외 급등

인텔은 18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주당 23달러에 자사 주식 약 8,700만 주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종가(23.66달러) 대비 소폭 할인된 가격으로, 소프트뱅크는 약 2%의 지분을 확보하며 인텔의 6대 주주가 된다.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 주가는 장 마감 후 4.5% 급등했다.

인텔

(인텔로고. 자료화면)

소프트뱅크의 이번 행보는 민간 부문에서 인텔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손정의 회장은 이미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인텔 투자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강화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美 정부, 칩스법 보조금 '지분 전환' 검토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방안 가운데 하나는 2022년 제정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인텔이 받을 예정이던 8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자금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텔은 오하이오주를 비롯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 명목으로 최대 수혜를 입었으나, 공장 착공은 수년째 지연되고 있어 의회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립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의 중국 사업 연계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부 개입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인텔의 시가총액은 약 1,000억 달러로, 10% 지분 확보 시 미국 정부는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트럼프의 '경제 개입주의' 행보

이번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기업 개입 조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중국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도록 합의했으며, 일본 신일철의 美 U.S.스틸 인수 때는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경영 간섭 권한을 행사했다.

정부는 인텔을 TSMC와 맞설 수 있는 미국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보고 있으며, 기술 자립을 위한 '국가적 구명투구'로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인텔의 부진과 재도약 과제

인텔은 지난해 이후 주가가 50% 넘게 폭락했으며, 2분기에도 29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AI 시대에 뒤처진 제품 라인업과 급증하는 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탄 CEO는 올해 3월 취임 이후 "회사가 변화에 너무 늦게 대응했다"고 자인하며 구조조정과 전략 재편에 나섰지만, 시장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투자 맥락

소프트뱅크는 이미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인텔 투자 역시 ARM 상장 이후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분야 재투자라는 해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