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2 07:06 AM

파월, 5년 만에 연준 통화전략 대전환 선언 예정

By 전재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2020년에 도입한 핵심 정책 틀을 사실상 폐기하고, 기존 체제로 되돌아가는 '전략적 유턴'에 나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 2020년 도입한 '실험적 전략' 사실상 종료

WSJ에 따르면, 연준은 2020년, 초저금리와 저물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통화정책 틀을 도입했다. 주요 변화는 ▲물가가 일정 기간 2% 목표를 웃돌도록 용인하는 '평균물가목표제' ▲실업률이 지나치게 낮은 상황은 우려하지 않고 높은 경우에만 집중하는 '비대칭 고용목표'였다.

그러나 이후 예상치 못한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2021년부터 급등한 물가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미루는 빌미가 되었고, 이는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 잭슨홀 연설서 공개 전망

제롬 파월 의장은 오는 23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 연준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전략 전환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연설은 파월 의장이 연준 의장으로서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잭슨홀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파월 연준의장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자료화면)

연준은 이번 결정을 단기 금리정책이 아닌 장기적 틀인 '정책 프레임워크(framework)' 수정 과정으로 설명한다. 해당 프레임워크는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물가 안정과 고용 증진이라는 이중 책무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연준의 공식 입장문이다.

■ "인플레이션 대응 실패" vs "예상 오류 탓" 논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20년 전략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지연시켰다는 비판과 반론이 팽팽하다.

  • UC버클리의 크리스티나 로머데이비드 로머 교수는 "2020년 틀이 연준의 대응을 늦췄다"며 정책 실패 책임을 지적했다.
  • 도널드 콘 전 연준 부의장 역시 "비대칭적 고용목표가 2021~22년 대응 지연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 반면 리처드 클래리다 전 부의장은 "프레임워크 자체보다는 당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 잘못 판단한 예측 오류가 더 큰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벤 버냉키 전 의장도 "2021년 가을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여부가 불확실했다"고 언급하며, '정책 틀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 "다음 10년은 지난 10년과 다르다"

이번 전환은 '지난 10년의 교훈이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는 가정이 위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과열 우려로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지난 10년은 저물가·저성장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높은 변동성과 물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더 탄탄한 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략 전환은 단순한 정책 수정이 아니라 연준이 '저물가 시대의 교훈'을 접고 고물가·고변동성 시대를 전제로 한 새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