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5 07:38 AM

역사적 수준의 이민 감소, 美 노동시장 지형 바꾸다

By 전재희

신규 유입 줄며 단기적 실업률은 낮게 유지... 장기 성장 잠재력엔 부담

미국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노동시장이 기묘한 균형 상태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노동 수요는 둔화됐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이민의 급격한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 이민 순유입, 수십 년 만에 '마이너스' 가능성

불법 국경 월경의 사실상 중단, 대규모 추방, 외국인에 대한 냉각된 분위기로 인해 올해 순이민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음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노동공급이 줄어든 덕분에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실업률(4.2%)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을 제한하고 재정 적자를 확대시킬 수 있다.

LA 반 이민단속 시위

(LA 반 이민단속 시워. 자료화면 )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10~2019년 순유입은 연평균 약 91만7천 명이었고, 2023년에는 330만 명, 2024년에도 270만 명에 달해 역사적 유입 파동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보고서는 올해 순이민이 마이너스 20만5천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강제 추방과 자발적 출국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이민 유입이 이처럼 낮았던 시기는 1960년대다. 그러나 그때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며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은퇴 물결로 노동공급을 이민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 경제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둔화 우려

경제학자들은 이민자들이 이미 인구와 노동공급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순이민이 '0'이라면 미국은 월평균 2만4천 개의 일자리만 안정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015~2024년 평균 15만5천 개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실제로 5~7월 비농업 고용 증가폭은 월평균 3만5천 개에 그쳐 코로나19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실업률이 오르지 않은 것은 신규 노동력 유입이 줄었음을 시사한다.
WSJ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이 2025년 성장률을 0.2%p, 2026년에는 0.3%p 깎아낼 것으로 예상했다.

■ 산업별 충격: 농업·건설·서비스업

이민 감소의 여파는 산업 현장 곳곳에서 나타난다.

  • 2023년 기준 비시민권자는 호텔 객실 청소·가사노동자의 33%, 건설 노동자의 30%, 조경업 노동자의 24%를 차지했다.

  • 농업부는 농작물 수확 노동자의 42%가 불법 체류 이민자라고 추정했다.

이들 분야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직접 타격이 불가피하다.

■ 불확실성 높은 전망

순이민 감소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으로 수백만 명의 이민자가 중남미 어딘가에 발이 묶여 있고, 온라인 채팅방에서는 "트럼프 임기 후 다시 북상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미국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상황에서 이민이 줄면 인구는 감소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CBO는 2033년이면 출생보다 사망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재정 부담을 키우고, 주택 같은 일부 산업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