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8 07:12 AM

영국, 이민 억제 시도하다 '역대급 유입' 맞이

By 전재희

브렉시트 후 설계한 새 비자 제도, 오히려 이민 급증 초래... 파라지 정치 복귀 불러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이민 억제를 목표로 도입한 새 비자 제도가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정부는 숙련 노동자 위주의 제한적 이민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수백만 명이 합법적으로 영국에 정착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 유입이 발생했다.

브렉시트 이후의 역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정부는 2020년 브렉시트 이후 유럽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이민을 막는 대신 전 세계 인재들에게 문을 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럽인 대신 인도·나이지리아·중국 출신 이민자들이 대거 들어왔고, 그 규모는 정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영국 이민자 현황

(용국의 이민 현황. WSJ)

예컨대, 노인 돌봄 분야에서 정부는 연간 6천 명 수준의 신규 인력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4년 만에 약 68만 명이 가족과 함께 입국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450만 명이 영국에 들어왔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25명 중 1명꼴이다.

경제와 사회에 미친 충격

대부분 합법적 이민이었지만, 동시에 불법 입국자도 급증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건너오는 난민들의 모습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국경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이민자 상당수가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며 기대와 달리 고소득 전문직 인력 유입은 제한적이었다. 또한 가족 동반 이민 비중이 커지면서 공공 의료, 교육, 주택 등 사회 인프라에 큰 압박이 가해졌다.

정치적 후폭풍

이민 문제는 영국 유권자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되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당은 집권 여당 지위를 잃고, 개혁당(Reform UK)이 지방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나이절 파라지가 복귀, 현재 여론조사에서 개혁당은 1위를 달리고 있다.

파라지는 인터뷰에서 "배신감이 엄청나다"며 보리스 존슨 정부가 "보수당으로 당선됐지만 자유주의적으로 집권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대응과 불확실한 전망

현재 노동당 정부는 비자 규제를 강화해 유입 억제에 나서고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실험은 끝났다"며 이전 제도가 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연간 약 50만 명 수준의 합법 이민이 이어지고 있어, 유권자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옥스퍼드대 마이그레이션 옵저버토리의 매들린 섬션 소장은 "이민을 늘리기는 쉽지만 줄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캐나다, 호주 등 다른 선진국도 인구 고령화를 이유로 대규모 합법 이민을 허용했다가, 주택난과 여론 악화로 정책을 되돌린 사례가 있어 영국의 정책 방향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