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1 07:39 AM

미국 증시, 닷컴 버블 시기보다 더 비싸졌다

By 전재희

S&P 500, 역사상 최고가치 평가... 소수 대형주에 쏠림 심화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일부 지표는 주식이 역사상 가장 비싼 수준에 거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월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제 S&P 500 기업이 벌어들이는 매출 1달러당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 S&P 500의 주가매출비율(Price-to-Sales Ratio)은 3.23배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뉴욕 증권 거래소

(뉴욕 증권 거래소. 자료화면)

주가수익비율(PER)은 아직 사상 최고치는 아니지만, 주요 대형주의 높은 이익률 덕분에 역사적 고점 근처에 머물고 있다.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S&P 500은 22.5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2000년 이후 평균치인 16.8배를 크게 웃돈다.

대형 기술주에 집중된 증시

많은 투자자들은 이 같은 고평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형주, 특히 기술주가 충분히 그 값을 한다고 본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은 여전히 매출과 이익을 빠르게 늘리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S&P 500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전체 지수의 39.5%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9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 자체만으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말했다. "진짜 문제는 상황이 변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계획 발표로 촉발된 단기 매도세에서 이런 집중 구조의 위험성을 확인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기술주는 전체 S&P 500보다 더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동일 가중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는 시장 평균보다도 부진했다.

소스닉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과밀 거래가 결합되면 시장이 장기 하락에 취약해진다"며 "모두가 같은 종목에 몰려 있다면, 가격이 떨어질 때 추가 매수자는 어디서 나오겠느냐"고 경고했다.

평균 기업은 여전히 합리적

다만 모든 종목이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 시가총액이 아닌 동일 가중 방식으로 S&P 500을 계산할 경우, 현재 주가매출비율은 1.76배로 장기 평균치인 1.43배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은 수준이다.

가치주 투자에 집중하는 배로 핸리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미국 주식 총괄 마크 지암브로네는 "대형 기술주를 넘어 보면 여전히 매력적인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들이 있지만 아직 AI 버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이런 종목들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대형 기술주의 높은 평가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밸류에이션은 중요해지고, 거기에 반영된 기대치 또한 중요하다. 지금의 기대치는 너무 과도해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암브로네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