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1 08:47 AM

중국, '문제 인물' 감시 강화... 사회 불만 확산 차단 목적

By 전재희

공산당 신설 '사회공작부' 취약계층 지원 명목... 실제론 감시·통제 강화

중국 저장성의 한 68세 남성은 지난해 지방 정부 사무실에 들이닥쳐 "더는 살 수 없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웃들의 괴롭힘을 호소하며 보복을 예고한 그는 과거 복역 경험이 있고, 빚에 시달리며 가족과도 멀어진 상태였다.

중국 당국은 이런 사람을 '오실(五失) 인물'이라 부른다. 삶의 좌절, 투자 실패, 가족 불화, 정신질환, 정서 불안 등을 가진 사람들을 뜻한다.

중국

(중국 오성홍기. 자료화면)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공산당 중앙사회공작부가 나서 그의 빚 상환 기한을 연기해주고 상담과 혜택을 제공했다. 몇 주 뒤, 지방 사회공작부는 소셜미디어에 "그의 삶이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돌봄' 명분 속 감시 확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사회공작'을 지역 사회 낙오자와 취약층을 포섭하는 당의 활동 전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지원 성격을 띠지만, 궁극적 목표는 사회 불만이 공공질서 위협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를 위해 당국은 감시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앙사회공작부의 고위 인사 중 상당수는 국가안전부·공안 출신이며, 지방 조직은 종종 법집행 책임자의 지휘를 받는다.

각 지역 당 서기들은 오실 인물 조사, 신상 보고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기업들에도 '삶의 좌절을 겪은 사람'을 감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격자 관리'와 주민 감시

당국은 2000년대 초 도입된 격자 관리 제도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몇 백 가구 단위로 지역을 나누고, '격자원'이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연락처·직업·주거 상황 등을 기록한다. 이들은 정책 홍보뿐 아니라 주민의 불만과 잠재적 위협을 파악해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진핑 주석은 "작은 문제는 마을 밖으로, 큰 문제는 진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고, 상급 기관으로 갈등이 전달되지 않게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경제 침체, 부동산 위기, 무역 긴장 속에서 최근 묻지마 범죄와 군중 상해 사건이 잇따르자 당국은 불만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광둥성 주하이에서는 62세 남성이 이혼과 재산 분쟁에 불만을 품고 군중을 향해 차량을 돌려 35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구제 아닌 통제"

공산당 지지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어려운 시기 국민의 필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 본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사회공작은 구제가 아닌 감시"라고 지적한다.

상하이에서 파산을 겪은 한 남성은 "오실 인물로 분류되면 가족까지 감시 대상이 된다"며, "이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중국 이견 모니터'는 지난해 중국 내 시위가 뚜렷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대부분 경제적 불만이 원인이었다.

공산당식 '돌봄 사회'

2023년 창설된 중앙사회공작부는 베이징 중난하이 인근에 본부를 두고, 수백만 당원·사회복지사·자원봉사자를 조직해 취약계층 관리에 나서고 있다. 공식 매체 중국사회공작일보와 SNS 계정을 통해 성과를 홍보하며, 지역 사회에서는 '사회공작 관찰원'을 배치해 불만 요소를 탐지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어느 지역은 교통체증 해소, 쓰레기 처리 개선 같은 민원을 해결하기도 하고, 명절에는 음악회를 열어 주민에게 '당의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공작은 국가안보법 교육, 사이버 범죄 예방 홍보 등 안보 활동과 결합되고 있으며, AI·빅데이터를 활용해 여론 추적과 위험 감지를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탐지기'로 동원되는 플랫폼 노동자

특히 당국은 약 2억 명에 달하는 **플랫폼 노동자(배달·운전 기사 등)**를 주요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안정적 고용이 없고 이동이 잦아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이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는 배달원들을 위한 '작은 벌집 배송센터'를 세워 급수·충전·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이들을 격자 관리 보조원으로 참여시킨다.

베이징에서는 배달원들에게 법률 상담, 건강검진, 당 홍보 영화 상영을 제공하고, 일부는 사회공작 참여자로 등록된다. 지방 당국은 이들을 '모바일 탐지기'라 부르며 사회 불안 조기 경보망에 포함시키고 있다.

안정 유지 논리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홀리 스네이프 교수는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모델은 실패했다고 보고, 이제 당이 직접 나서 사회를 조직한다는 믿음이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도쿄대 연구자 장웨이팅은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돌봄 자체가 안정 유지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광둥의 한 블로거는 웨이신(위챗)에 "이 방식은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 자체를 관리 대상으로 본다"며, "도움보다는 사회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