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3 07:31 AM
By 전재희
반독점 소송서 구글·애플 모두 '숨통'
2일 밤 구글의 반독점법을 다루는 재판부의 기각 판결에 구글과 애플이 동시에 안도했다. 특히 애플에는 그 의미가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방 판사 아밋 메타는 미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반독점 소송 중 하나에서 정부 측 요청을 사실상 기각했다. 판결은 구글을 해체하거나 구글이 애플에 지급하는 거액의 계약금을 중단시키려는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지급금 덕분에 구글은 애플 기기에서 기본 검색엔진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애플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정부는 이 구조가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했지만, 메타 판사는 지급을 금지하면 오히려 구글이 애플 기기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돼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금으로서는 구글이 기본 검색 위치를 위해 배급사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허용된다. 시장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두는 것이 옳다." 메타 판사의 말이다.
이 소식에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가는 급등했고, 애플 주가도 소폭 올랐다. 모펫나타슨의 크레이그 모펫은 "애플은 단순히 총알을 피한 게 아니라 미사일을 피했다"고 표현했다.
애플, 절묘한 시기에 수익원 지켜
구글 지급액은 애플 전체 연매출의 약 5% 수준이지만,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고수익이어서 영업이익 기여도가 크다.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 연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2%에 불과하다. 이번에 이 수익원을 잃었다면 애플에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특히 생성형 AI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이라 차세대 아이폰에 대한 기대치도 낮다. 분석가들은 애플의 2026 회계연도(내년 9월 종료) 아이폰 매출 성장률을 4% 미만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애플은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적 표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이는 훨씬 비싼 비용을 의미한다. 올 들어 애플 주가는 8% 넘게 하락해, 초대형 기술주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구글도 큰 고비 넘겨
구글 역시 소송 결과에 크게 웃었다. 만약 정부가 승소했다면,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 매각을 강요받을 수도 있었다.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가 크롬 인수 제안(345억 달러)을 했던 것도 그 틈을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판사는 이를 '과도한 요구'라며 기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퍼플렉시티 같은 AI 중심의 신흥 브라우저 업체 존재가 구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판사는 "경쟁 환경이 이미 구글의 지배력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급금 금지가 불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구글에 검색 데이터 일부를 경쟁사와 공유하도록 했지만,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다. 시간이 지나도, AI가 검색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린다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여전히 남은 리스크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미국과 유럽에서 다른 소송을 안고 있다. 또한 메타 판사가 임명한 감시기구가 구글의 의무 준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어서, 리스크는 남아 있다.
애플도 안심할 수 없다. 메타 판사는 "법원이 부과한 조치만으로 경쟁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는다면 지급금 금지 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