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4 07:16 AM

미 법무부, 연준 이사 리사 쿡 형사수사 착수...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소환장 발부

By 전재희

미 법무부가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 리사 쿡에 대한 형사수사를 시작하고, 그녀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청서에 허위 정보를 제출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단독 보도했다. 

사정을 잘 아는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기 조사는 미시간주 앤아버와 애틀랜타에 있는 쿡의 부동산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며, 수사에는 대배심 절차가 활용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주택금융청(FHFA) 국장 빌 풀테가 제출한 두 건의 형사 고발에 이어 시작됐다.

풀테는 쿡 이사가 모기지 신청 과정에서 실거주 의사 등을 허위로 기재해 낮은 금리 등 유리한 대출 조건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의혹을 근거로 쿡을 해임하고, 역사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해온 중앙은행 이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리사 쿡 연준이사

(리사 쿡 연준 이사. 자료화면)

쿡은 지난달 소송을 제기해,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시도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소송에서 그녀는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연준 독립성을 약화시키려는 목적 아래 해임 사유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연준법은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정당한 사유(for cause)"가 있을 때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 권한 범위 내 조치라고 반박하는 한편, 쿡 측은 법원 제출 서류에서 "모기지 사기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현재 소송 진행 동안 쿡의 이사회 직위 유지를 보장하는 긴급 가처분 신청을 심리 중이다. 연준의 다음 회의는 9월 16일 시작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쿡을 자신의 우호 인사로 교체하는 데 성공할 경우, 연준 이사회 과반이 트럼프 임명자로 채워지게 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기자들에게 "곧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무부 조사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공직자 모기지 사기 의혹을 전담하도록 지명한 고위 법무부 당국자 에드 마틴이 총괄하고 있다. 트럼프 최측근으로 알려진 마틴은 행정부 초기에 워싱턴 D.C. 연방검사 대행을 지냈으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과거 지지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며 인준에 실패해 물러난 바 있다.

쿡에 대한 이번 조사는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로 꼽히는 인사들의 모기지 관련 의혹을 들여다보는 최신 사례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이미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과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 대한 유사한 의혹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