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4 07:52 AM

하버드 연구비 삭감은 위헌...연방법원 "정부, 22억 달러 지원금 복원해야"

By 전재희

백악관은 항소 방침...법원, 정부에 추가 보복성 삭감 금지 명령

연방판사가 수요일,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연구비 22억 달러 지원을 부당하게 중단했다고 판단하며 정부에 지원금 복원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행정부의 조치가 하버드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스(Allison Burroughs) 판사의 이번 판결은, 정부가 반유대주의와 다양성 관련 문제를 이유로 대학을 압박해 온 수개월 간의 공방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각료회의에서 교육부 장관 린다 맥마흔에게 "그들은 아주 나쁘게 해왔다. 협상하지 말라"며 하버드로부터 최소 5억 달러를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었다.

백악관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공정한 관찰자의 눈에는 하버드가 학생들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고 차별을 수년간 방치한 것이 명백하다"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하버드를 책임지게 만들 노력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로스 판사는 정부가 하버드의 표현의 자유 행사에 대한 보복으로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되며,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지원 중단도 금지된다고 명령했다. 다만 백악관은 하버드가 향후 연방 보조금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대학이 헌법적으로 세금 재원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버드는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엄중한 환경을 인정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은 "우리의 원칙이 앞으로의 길을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자료화면)

버로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하버드가 오랫동안 혐오적 행동을 용인한 것은 잘못"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연방정부가 "이 나라 최고의 대학들을 겨냥한 이념적·정치적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막으로 반유대주의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조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민권법(Civil Rights Act),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을 위반했으며 "수십 년간의 연구를 위태롭게 했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은 또한 정부가 하버드의 이사회 구조·인사·채용·입학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등 "반유대주의와 거의 관련 없는" 조치들을 열거하며, 이는 행정부의 권력 행사와 정치적 견해에 따른 것이라고 적시했다.

버로스 판사는 "우리는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워야 하지만,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우리의 권리 또한 지켜야 한다.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의 제단 위에 희생시킬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부처를 동원해 하버드의 비영리 세제 혜택을 위협하고, 유학생 유치를 막으려 시도했으며, 해외 자금 수령 내역을 조사해 왔다. 하버드는 또한 일명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로 불리는 법안에 따라 530억 달러 규모의 기금(endowment) 에 더 높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학들을 강하게 압박해 왔다. 컬럼비아대는 7월에 2억 2,100만 달러를 지불하는 합의로 갈등을 봉합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사립대학들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험한 선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버드는 지금까지 두 차례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두 사건 모두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버로스 판사에게 배당됐다. 한 사건에서 버로스 판사는 하버드 학부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유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차단 시도를 중지시켰고, 그 판결은 현재 항소 중이다.

이번 판결은 중단된 연구 보조금의 환급을 구하는 사건에서 나왔다. 하버드는 7월 신속 판결을 요청하며, 정부가 헌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정부 계약 조건 변경 절차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는 9월 3일을 지원금 정산 마감일로 지목하며 그 전에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행정부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캠퍼스의 반유대주의 의혹을 이유로 정부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는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맞섰다.

버로스 판사는 "오늘 유대인을 명분으로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면, 정치적 바람이 바뀔 때 유대인의 표현(그리고 타인의 표현)도 똑같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84쪽 분량의 판결을 "정부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들의 정책을 관철하려 들 때,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법원의 책무"를 재확인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연방 정부 변호인단은 이 사건이 연방지방법원이 아니라 연방청구법원(Court of Federal Claims) 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버로스 판사는 대부분의 청구에 대해 지방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