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7 06:53 AM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임

By 전재희

선거 패배 압박 속 결정... 트럼프와의 관세 합의에도 자리 내려놓아

핵심 요약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LDP)의 잇단 선거 패배와 당내 반발 속에 취임 1년도 안 돼 사임을 발표.
  • 사임 결정은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인하 합의가 마무리된 지 며칠 만에 나옴.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일요일 기자회견에서 사임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이는 몇 주 전 상원 선거에서의 참패에 이어, 집권 자민당 내부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다.

WSJ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당이 분열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후 대부분의 기간 집권해 온 자민당은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잃었다. 이시바가 총리직에 오른 뒤 세 번째 주요 선거 패배였다.

미국의 최우방 아시아 동맹국인 일본의 정치 혼란은, 물가·이민·저성장 등 현안에 대한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과 포퓰리즘의 부상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다시 보여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무역 질서의 재편은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지난 4일(목), 이시바는 몇 달 간 난항을 겪던 협상 끝에 일본산 자동차 등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완화를 백악관 행정명령으로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는 사임 요구를 잠재우기에 충분치 않았다. 이시바의 지도력에 불만을 가진 자민당 의원들은 월요일로 예정된 당 총재의 임시 선거를 통해 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시바는 "선거 성적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내게 있다"며, 7월 선거 이후에도 자리를 유지한 것은 대미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사임하겠다'고 말하면서 누가 진지하게 협상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말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시바 일본총리

(선거 참패로 망연자실한 이시바 일본총리). 자료화면)

이시바의 사임으로 새 당대표 선출 절차가 시작된다. 약 한 달이 걸릴 전망이며, 그는 차기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한다.

그러나 당대표 교체가 곧바로 정국을 안정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자민당은 현재 중·참의원 모두에서 단독 과반을 잃은 상태여서, 새 당대표가 국회(국회=다이엣)에서 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중의원 총선거로 이어지거나 야당 대표가 총리로 선출될 수도 있다.

차기 지도자는 중국·북한의 안보 위협,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 관리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태 동맹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역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때때로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시바는 "유럽·중동·동아시아의 안보 환경은 긴밀히 연동돼 있다"며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 차기 당권 주자로는 다카이치 사나에(보수 성향)와 고이즈미 신지로(중도 성향, 전 총리의 아들)가 유력시된다. 두 사람 모두 대체로 친미적이지만, 다카이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념적으로 더 가깝고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와도 가까운 인사다.

이시바는 자민당 내에서 오랫동안 이단아로 여겨졌다. 그는 4차례 도전 끝에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정치자금 스캔들로 불출마를 선언한 뒤에야 1년이 채 안 되는 전임을 이어 받아 총리에 올랐다.

목요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일본산 자동차 수입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7월 양국이 합의했던 내용을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올해 초 모든 자동차 수입에 25%의 신규 관세를 부과했으며, 기존에 일본산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었다.

합의 이행 지연은 도요타·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도쿄에 큰 부담이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또 기존 관세가 15% 이상인 일본산 제품에는 추가 관세를 얹지 않고, 대부분의 다른 품목 관세는 최대 15%로 상한을 두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중복 부과 금지를 요구해 온 일본 측 입장과 일치한다.

대가로 일본은 미국산 쌀·대두·항공기·무기를 더 많이 구매하고, 반도체·인프라 등 전략 분야에 향후 수년간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