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8 07:26 AM

의료 일자리는 둔화하는 고용시장 속 '희망'

By 전재희

메디케이드 감축은 보건 서비스에 위협

미 노동시장이 최근 몇 달 빠르게 둔화하는 가운데, 보건 서비스(의료·사회복지) 부문이 사실상 고용 증가를 떠받치고 있다. 다만 향후 메디케이드 예산 감축 등이 해당 부문의 고용을 둔화시킬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은 최근 몇 달 뚜렷하게 속도가 줄었다. 보건 서비스 부문 고용 증가가 아니었다면 민간부문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기간 보건 서비스는 호황·불황을 막론하고 미국 고용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전반적 고용 약화 속에서, 이 부문이 앞으로도 전체 고용을 끌고 갈 만큼 '연료'가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는 다가오는 메디케이드 감축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공식 통계가 현재 보건 서비스의 고용 기여도를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메디케이드

지난 금요일(9월 5일) 고용보고서는 이런 흐름을 재확인했다. 노동시장은 급격히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보건 서비스만이 비교적 밝은 예외였다. 실제 8월 보건 서비스 고용 증가분을 제외하면, 민간부문은 순감했을 것이다.

2025년 들어 월평균 민간부문 고용 증가는 약 7만4천 명으로, 2024년(약 13만 명)보다 낮다. 이 가운데 보건 서비스가 매달 약 6만4천 명을 더했고, 그 외 민간 부문은 월 9,400명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의료와 사회복지는 경기 하강기에도 비교적 꾸준히 고용을 늘려 왔다. 의료 지출은 다른 곳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이어지기 쉽고, 고령화가 구조적 수요를 떠받친다. 사회복지도 비슷하다. 5백20만 명 규모인 사회복지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노인·장애인 돌봄 등에서 나온다.

현재 보건 서비스 고용은 2,350만 명, 민간 일자리 6개 중 1개 꼴이다. 이는 제조업 1,270만 명, 소매업 1,560만 명과 비교된다. 전문·비즈니스 서비스(변호사부터 경비, 텔레마케터까지 포괄) 가 2,250만 명으로 규모가 비슷하다.

보건 서비스의 평균 시급은 약 36달러로 임금 분포의 중간대지만, 의사처럼 6자리(연봉) 임금에서 근근이 생계를 잇는 홈헬스 에이드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이 부문 고용의 안정성은 많은 노동자에게 매력 요소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특히 그랬다. 당시 다른 부문이 흔들릴 때도 보건 서비스는 일자리를 꾸준히 추가했다.

팬데믹은 달랐다. 2020년 2~4월 사이 보건 서비스는 23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봉쇄 완화 이후에도 회복은 더뎠다. 비필수 진료 연기, 간호 인력 번아웃, 저임금 보건 서비스 노동자의 유통·외식업 이탈 등이 겹쳤다. 민간 총고용은 2022년 3월에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보건 서비스는 같은 해 10월이 되어서야 회복했다.

그마저도 팬데믹 전 20년 추세선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그 결과 인력 수요가 높게 유지돼, 다른 부문이 식는 사이에도 이 부문이 노동시장을 견인했다. 다만 지난 1년간 보건 서비스 일자리가 추세선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늘 수 있나라는 질문이 생긴다.

또한 노동부 통계가 보건·사회복지의 강도를 실제보다 높게 반영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급여처리업체 ADP 데이터에 따르면 민간 보건·교육 부문이 올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한다(ADP는 보건을 교육과 별도 분류하지 않음). 다만 골드만은 ADP가 약세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도 제시하며, 대형 의료기업의 고용과 자사 의료 애널리스트의 견해를 종합하면 "진실은 중간 어딘가"일 수 있다고 본다.

정부 보건 지출 감축도 채용을 짓누를 수 있다. 카이저가족재단(KFF) 이 의회예산국(CBO) 추정치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단일 대법에 따라 2034 회계연도까지 10년간 메디케이드 지출이 9,110억 달러 줄어든다. 감축은 후반부에 집중돼 2026 회계연도(10월 1일 시작)에는 170억 달러, 2034년에는 1,650억 달러에 달한다.

메디케이드 의존도가 큰 병원·요양시설은 인력 확충에 신중해질 수 있다. 연준의 최신 베이지북에서 뉴욕 연은은 "다가오는 메디케이드 변화가 보건 서비스 전반 축소(병원 폐쇄 포함)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역 리더들의 전망을 전했다. 클리블랜드 연은도 설문에서 의료 제공자들이 메디케이드 감축이 예산에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고했다.

감축은 노인·장애인을 돌보는 서비스에도 상처를 낼 수 있다. 의회조사국(CRS) 은 2023년 기준 장기요양(LTSS) 지출의 46%를 메디케이드가 부담했다고 밝혔다(요양원·거주시설 포함).

무보험자도 빠르게 늘 수 있다. CBO는 2027 회계연도까지 트럼프의 새 대형 법 제정 이전 추정 대비 보험 가입자가 500만 명 적을 것으로 본다.

이민 제한은 가용 노동력 공급을 줄일 수 있다. **2023년 의료 직종 종사자의 약 18%**가 외국 출신으로, 기타 직종(17%)보다 약간 높다. 직종별로는 의존도가 더 크다. **홈헬스 에이드의 40%**가 외국 출신이다.

그럼에도 보건 서비스 고용이 둔화하더라도 대규모 순감 가능성은 낮다.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약 6,400만 명이며, 5년 내 800만 명이 추가될 전망(C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