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0 10:12 AM
By 전재희
의회 통과 없이 새 세금 부과 정당화될 가능성...대법원 심리 착수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관세 패소 판결에 대한 상고심리에 동의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은 4월에 부과된 관세를 넘어, 대통령의 재정권한을 대폭 확대할지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경우, 대통령은 외국과 연관된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것만으로 관세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세수 조치까지 폭넓게 정당화할 길이 열린다. 트럼프 측은 법정과 대중에게 "이번 관세는 표적화되고 일시적"이라고 주장한다. 피터 나바로 무역보좌관은 "비상이 끝나면 관세도 끝난다"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와 참모진의 구상은 더 크다. 트럼프는 관세가 소득세를 대체해 재무부의 주요 재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실제로 그의 예산실은 향후 10년간 3.9조 달러(명목 GDP의 약 1%)의 관세 수입을 전망했다. 이는 일시적이라기보다 상시적 재원에 가깝다.

관세는 곧 세금이다. 조세재단(Tax Foundation)에 따르면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는 2026 회계연도 기준으로 1950년대 이후 최대급, 1982년 이후 최대의 세금 인상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런 관세는 의회 표결 없이 대통령의 재량만으로 시행됐다.
헌법과 '지갑 권한'
헌법은 세금과 관세 부과 권한을 의회에 부여한다. 제임스 매디슨은 대통령이 왕이 될 수 없는 이유로 "**국가의 지갑(purse)**이 국민 대표의 손에 있다"고 했다. 1930년대 이후 의회는 대통령에게 일부 관세 권한을 위임했지만, 이는 무역협정 체결이나 특정 불공정 행위 대응 등 정책 목적이었지 세수 확대가 목적은 아니었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는 대체로 그 범위 내에서 관세를 썼다.
트럼프 2기엔 구상이 달랐다. 그는 미국을 고관세 국가로 되돌리려 했고, 그 수단으로 1977년 제정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캐나다·멕시코·중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 전반에 대폭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법은 주로 이란·베네수엘라 같은 안보 위협국 제재에 쓰여 왔다. 이미 하급심 3곳은 IEEPA가 전면적·무제한 관세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철강 같은 부문별 관세는 다른 법률에 근거해 이번 사건의 쟁점이 아님).
트럼프가 이기려면
대법원이 트럼프 측 논리를 받아들이려면 몇 가지 쟁점을 넘어야 한다.
비상사태 요건: IEEPA는 "미국의 안보·외교·경제에 대한 이례적·중대한 위협"이 해외에서 유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무역적자가 그 요건에 해당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법원이 존중(deference)해야 한다. 미국은 50년 가까이 만성 적자를 봐왔고, 다수 경제학자는 이를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멕시코·캐나다 관세에는 펜타닐·불법 이민을 비상사유로 들었다.)
중대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 정치·경제적 파급이 비상히 큰 조치에는 명확한 법률 근거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원칙을 관세가 침해하지 않는지가 쟁점이다. 관세의 경제적 영향은 법원이 위법으로 본 바이든의 학자금 탕감보다도 크다는 지적이 있다.
'규제(regulate)'의 의미: IEEPA는 대통령이 **수입·대외거래를 '규제'**할 수 있다고 쓰되 관세를 명시하진 않는다. 법원이 '규제'에 관세가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트럼프가 이긴다.
만약 '규제'가 관세를 포함한다면, 다른 세금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게 다수 학자의 시각이다. 포드햄대 존 브룩스 교수는 "외교정책적 함의가 있다면 어떤 세금도 대통령 권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관세와 소득세를 모두 '간접세'**로 취급했다는 점도 그 근거로 든다. 자유정의센터(원고 대리)의 제프리 슈wab 변호사는 "그렇다면 의회 표결 없이도 세금을 도입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권력 남용을 우려했다.
예컨대 대통령이 일자리 해외이전을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하고, 그에 연루된 기업의 이익에 추가세를 매긴다고 주장할 수 있다. 관세에서 인정된 사법적 존중이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세제 영역에서도 국가안보를 근거로 대통령 권한을 넓히려 해왔다. 그는 국세청(IRS) 직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군사·경제·생산 능력은 세수에 직접 의존한다"고 법원에 제출했다.
관세 부담은 누가 지나
트럼프는 "외국 수출업자가 관세를 낸다"고 자주 말하지만, 관세는 수입업자(소매업 등)가 정부에 납부한다. 비용의 전가 여부는 거래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 경제학 연구는 지금까지 관세 부담의 50~60%를 미국 기업이 졌고, 나머지는 해외 수출업자와 소비자가 나눠 부담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스티브 미란(백악관 경제자문 위원장)
따라서 대법원이 트럼프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관세는 **수십 년 만에 최대급 '기업 증세'**가 될 수 있다. 이는 공화당이 추진한 설비투자 비용 즉시상각 혜택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무역 변동 시 적용 절차가 법에 박혀 있는 다른 관세 권한과 달리, 이번 관세는 법전에 규정된 체계가 없고 하루 만에도 급격히 바뀔 수 있다. 전 USTR 수석법률고문인 그레타 페이지 변호사는 "사전 공지 없이 신속히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 큰 불확실성을 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관세 외에도,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에게 사용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 '다른 세금'이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