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1 08:24 AM
By 전재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 드론을 동맹국 영공에서 직접 요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속에 폴란드 동부 하늘에서 나토 전투기가 출격해 드론을 격추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시아 공습과 나토의 대응
현지시간 화요일 밤 자정 직전, 나토의 감시망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 동부로 들어오는 드론들을 포착했다. 이미 공중에 대기 중이던 폴란드와 네덜란드 전투기들은 즉각 요격 준비에 들어갔다.

폴란드 군 당국은 사전에 마련된 **'이스트 오로라 작전(Operation Eastern Aurora)'**을 발동해 동맹국 전력을 긴급 소집했다. 폴란드와 네덜란드 공군의 미제 최신 전투기, 이탈리아 조기경보기(아왁스), 독일의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등이 일제히 출동 태세에 들어갔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 2대 역시 대기했으나 실제 투입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총 458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투입했고, 이 중 413대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됐다. 하지만 일부는 폴란드 영공으로 넘어와 동맹국의 즉각 대응을 촉발했다.
사상 첫 나토 영공 요격
폴란드 총리 도날트 투스크는 "이번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가 경험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의회에서 강조했다. 그는 폴란드 F-16, 네덜란드 F-35 전투기, 그리고 각종 헬리콥터들이 영공을 순찰하며 최소 3기의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드론 잔해는 국경에서 100마일 떨어진 지점 등 전국 10여 곳에서 발견됐다.
폴란드 내무장관은 수색 결과 12기의 드론과 1기의 순항미사일 잔해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민가 한 채가 파손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러시아-벨라루스 반응과 긴장 고조
러시아 국방부는 "폴란드를 공격 목표로 삼은 바는 없다"며 상황을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토는 이번 침공이 고의적 도발인지, 전자전(재밍)으로 인한 사고인지 여부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일부 드론이 전자전 교란으로 자국 영공에 들어왔다며 일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어 폴란드에 드론이 진입할 가능성을 사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함의
폴란드 대통령 카롤 나브로츠키는 새벽 3시 긴급 보고를 받고 나토 사무총장 마르크 뤼테와 직접 연락했다. 나토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공습을 넘어 동맹국 결속력과 대응 속도를 시험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적 시도로 보고 있다. 드론은 정찰용 '게르베라(Gerbera)' 기종이 다수 발견돼, 모스크바가 나토의 공중 방어체계 반응 시간을 분석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폴란드는 새벽 시간 민간 항공편을 일시 제한하고 공항을 폐쇄해 나토 전력이 원활히 작전할 수 있도록 했다. 투스크 총리는 "민간 항공은 결코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며 조치가 순전히 군사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