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1 08:40 AM
By 전재희
미 군함 카리브해 배치에 마두로 정권 "제국주의의 날조"...미국은 '나르코테러' 혐의 제기
미국이 카리브해에 군함을 투입하며 베네수엘라발 코카인 밀수 차단에 나서자,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와 군 수뇌부는 "마약 밀매는 미국이 조작한 허구"라며 전면 부인하는 동시에, 자국민 단결과 군사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 압박과 베네수엘라의 대응
지난주 미군은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발로 추정되는 마약 운송 선박을 공습해 11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테러리스트 11명을 제거했다"고 썼다.
이에 대해 마두로 대통령과 측근들은 "허구이자 심리전"이라며 일축했다. 마두로는 TV 연설에서 "제국주의는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 할리우드식 이야기만 지어낸다"고 말했다. 국영방송과 여당 계정들은 노년 민병대와 청년 활동가들이 장애물을 넘으며 훈련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조국 수호' 이미지를 강화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은 지도 앞에서 병력 배치를 설명하며 "우리 땅을 지킬 일은 우리가 한다. 누구도 대신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장: 정권과 마약 카르텔의 결탁
미국 법무부와 마약단속국(DEA)은 베네수엘라가 2000년대 초부터 코카인 유통의 주요 통로였다고 지적한다.
콜롬비아 카르텔과 반군 지휘관들은 자국 내 군사 압박을 피해 베네수엘라로 활동 거점을 옮겼고, 일부 베네수엘라 장성·장관들과 손잡고 항공기·보트·잠수정 등을 통해 북미로 마약을 보냈다는 것이다.

DEA는 콜롬비아산 코카인의 약 5%인 연간 150톤가량이 베네수엘라를 경유한다고 밝혔다. 일부 분석에선 전체의 20%에 달하는 500톤이 베네수엘라를 거친다고 추산했다. 미국은 마두로에게 나르코테러(narcoterrorism, 마약(narcotics)과 테러리즘(terrorism)의 합성어) 혐의를 적용하고 현상금 5천만 달러를 걸어둔 상태다.
테런스 콜 DEA 국장은 "마두로는 서반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최대 독재자이자 마약 밀매자"라며, 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 등과의 협력 정황을 지적했다. 미 당국은 최근 공습으로 격침된 선박에도 해당 조직원이 탑승했다고 주장했지만, 마약 실물이 적재돼 있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치적 계산과 국제적 파장
마두로 정권은 제재로 줄어든 석유 수입을 보완하기 위해 마약·금 밀수 등 범죄조직과 관계를 강화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구단체 인사이트 크라임은 "정권 유지용 후견 네트워크를 지탱하기 위해 범죄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내에서도 이번 군사적 압박이 실효성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회의론이 제기된다.
전 미 국무부 관리 브라이언 나라호는 "주요 마약 문제는 멕시코발 펜타닐인데, 베네수엘라 압박이 실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마두로가 외부 위협을 명분 삼아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