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4 11:45 PM
By 전재희
Z세대 시위대의 온라인 투표로 탄생한 과도정부 지도자
네팔의 첫 여성 총리가 시위대의 온라인 투표로 선출됐다. 부패와 실업에 분노한 Z세대가 거리로 나서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 정권을 무너뜨린 뒤, 온라인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를 통해 과도정부 지도자로 수실라 카르키(73)를 추대한 것이라고 인디펜던스지가 14일 보도했다.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시위대의 주력이었던 Z 세대 14만여명이 참여한 온라인 플렛폼에서 총리를 선출했고, 이를 대통령과 군부도 수용했다는 점이다.
인디펜던스지의 보도에 따르면, 올리 총리와 주요 각료들이 사임하면서 생긴 권력 공백 속에, 시위 지도자들은 미국의 그룹채팅 앱 디스코드에 모여 새로운 지도자를 논의했다. 14만 명이 넘는 회원이 참여한 서버에서 일주일간 다수의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고, 전 대법원장 카르키가 청렴성과 강직함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한 참가자는 **"지금 네팔의 의회는 디스코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시위 주도 단체 '하미 네팔(Hami Nepal)'은 토론을 주도했으며, 다수의 참가자가 실제 거리 시위에 나섰던 젊은 세대였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를 차단하면서 시작됐다. 분노한 청년층은 곧 부패와 고용난을 쟁점으로 거리 시위를 확대했고, 전국에서 최소 51명이 숨지고 1,300명 이상이 다쳤다.
시위대는 카트만두의 행정 중심지 싱하 두르바르(Singha Durbar) 청사를 불태우고, 방송국과 공항까지 공격했다. 이에 군부가 수도를 장악하고 전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으며, 정부 건물과 은행·법원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카르키 총리는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었으며, 부패 척결에 앞장선 인물이다. 재임 중 현직 장관을 유죄 판결로 이끈 판결과, 부당한 경찰청장 임명을 뒤집은 판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탄핵 소추를 당해 일시 정직되기도 했으며, 이는 오히려 사법 독립을 지키라는 대중 시위를 불러왔다.
이번에도 카르키는 과도정부를 이끌 첫 행보로 의회를 해산하고 2026년 3월 총선을 공표했다.
카르키와 남편 두르가 프라사드 수베디는 1990년대 네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며 군주제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카르키는 투옥됐고, 당시 경험을 담아 소설 『카라(Kara)』를 집필했다. 남편 역시 왕실 네팔항공 납치 사건에 연루돼 투옥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르키 총리 취임은 전국적 반부패 시위의 산물이었다. 그녀는 취임 직후 병원을 방문해 시위 중 부상자들을 위로했고, 경찰과 사법부는 점차 정상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네팔은 2026년 3월 총선을 통해 정식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며, 그때까지 카르키는 과도정부 수반으로 혼란을 수습하고 정치 질서를 회복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