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5 06:49 AM
By 전재희
틱톡·관세·반도체 논의 속, 엔비디아 제재 가능성 시사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며 미·중 무역협상 국면에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15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2020년 이스라엘 네트워크 장비 업체 멜라녹스(Mellanox) 인수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위반 내용이나 제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당시 인수를 승인하면서 엔비디아에 중국 시장에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중국 고객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용 첨단 칩 수출을 금지하면서 엔비디아가 공급을 중단했고, 이를 빌미로 중국이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발표는 스콧 베슨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마드리드에서 2일째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다. 협상 테이블에는 관세, 틱톡(TikTok) 미국 사업, 반도체 공급 문제가 동시에 올라 있다.

엔비디아는 세계 최강의 AI 반도체 공급업체로, 미·중 기술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약 1%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중국 공급을 중단했지만, 그로 인해 중국에선 계약 위반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반도체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중 양쪽 압력 사이에서 꼼짝 못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H20 칩(추론용 AI 칩) 판매를 재개 허용했으나, 곧 중국 당국이 사이버 보안 위험을 제기하며 기업들의 구매를 막았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에 백도어나 원격 추적 기능은 없다고 해명했다.
중국 고객들은 H20보다 더 강력한 차세대 AI 칩의 판매 승인을 트럼프 행정부가 내리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무역협상 테이블에 또 하나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여전히 엔비디아 수준의 칩을 대량 생산하지 못하고 있으나, 화웨이를 비롯해 알리바바·바이두 등 거대 IT 기업이 자체 칩 개발을 확대하며 "탈(脫)엔비디아"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후퉁리서치의 펑추청 파트너는 **"중국은 엔비디아를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보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자급화 의지를 드러낸 조치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으며, 한편으로는 단기 경쟁력 유지를 위해 미국·동맹국 기술 접근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마드리드 협상에서 또 하나의 핵심 사안은 틱톡이다. 미국 법은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지분 매각이나 사업 철수를 명령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한을 세 차례 연장해왔다. 이번 주 기한을 앞두고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시 연장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