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8 07:06 AM

엔비디아, 인텔에 50억 달러 투자... 트럼프의 회생 계획에 힘 보태

By 전재희

공동 발표 직후 인텔 주가, 장 초반 25% 급등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주당 23.28달러에 보통주를 매입하고, 데이터센터와 PC용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목)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엔비디아(Nvidia)의 발표 이후 인텔 주가는 목요일 장 초반 25% 급등했다. AI 붐의 최대 수혜주인 세계 최고 시가총액 기업(엔비디아)이 그동안 경쟁사들에 뒤처진 인텔과 손을 잡으면서, 인텔의 반등 시도에 추가 동력이 붙었다.

이번 투자는 한 달 전 미 정부가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에 10% 지분을 취득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지원책이다. 당시 상무부는 약 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약정을 지분으로 전환해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됐다.

앤비디아

(앤비디아 로고. 자료화면)

목요일 인텔 주가 급등으로, 정부는 주당 20달러 조금 넘는 가격에 체결된 투자에서 약 50%의 평가이익을 보게 됐다.

엔비디아와의 거래와 별개로, 인텔은 지난달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매니징 디렉터는 "수년간 투자자들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줬던 인텔에 지난 몇 주는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이 재도약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제조·칩 설계 부문의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발표가 일부 영역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인텔의 파운드리(제조) 부문은 여전히 현금 유출이 심각하다. 회사는 2분기에 약 3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합의는 일부 업계 경영진이 인텔 지원을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최근 인텔 투자로 대통령에게 우호적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었다.

행정부는 수개월 동안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AMD, TSMC 등 반도체 업계 리더들과 인텔을 도울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재정 지원과 인텔 제조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협의했다.

황 CEO는 올해 여러 차례 백악관을 방문해 중국 수출 허가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호소해 왔다. 그는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영국을 방문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황 CEO 등 경영진에게 "당신들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지난달, 이전에 제한됐던 H20 제품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매출의 15%**를 원한다고 밝혔고, 더 고급 칩의 수출도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H20 등 제품 사용을 자제하라고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행정부가 검토 중인 더 성능 높은 제품을 얻기 위한 협상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인텔은 엔비디아 맞춤형 x86 CPU를 생산해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플랫폼에 통합하도록 공급하고, PC용 칩릿(chiplet) 이 들어가는 칩 시스템도 제작한다.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는 3% 상승, 유사 제품을 만드는 AMD는 약 5% 하락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는 데이터센터에서 AI 학습에 수요가 폭증한 엔비디아의 최고급 GPU는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제품들은 계속해서 TSMC 등과 협력해 생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와의 협업은 수년간 후퇴를 거듭해 온 인텔에 또 하나의 승리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수요일 종가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인텔 주식을 매입하지만, 시장은 지난 한 달간의 일련의 거래가 인텔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며 주가를 밀어 올렸다. 인텔의 최근 부진은 빠르게 성장하는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뒤처진 것이 주된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초, 리프-부 탄 CEO의 중국과의 관계를 문제 삼아 그의 경질을 요구했지만, 면담 이후 회사 사정에 대해 이야기한 뒤 입장을 바꾸어 파트너십 강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